누구나 자신이 아끼는 옷 몇벌은 있을 거예요. 그 중에는 자주 입는 평상복도 있지만 자주 입지는 않지만 예복처럼 언제 보아도 가슴이 설레는 옷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집에 머므르고 있던 시누이가 옷을 정리하고 있는 제 옆으로 오더니 "언니, 이 옷 너무 예쁘다. 오늘 나 잠깐만 빌려 줄래요?"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순간 전 광장히 난처했습니다. 사실 옷이야 입으라고 있는 것이고 누가 입든 쌓아 두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시누이가 점찍은 옷은 제가 유달리 아끼는 옷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시누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옷을 빌려 주었는데 계속 마음이 찜찜하고 혹시나 시누이가 옷을 더럽히면 어찌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오빠 집에서 생활했던 일이 떠올랐어요. 세련되고 예쁜 옷을 잘고르는 올케언니릐 옷중에는 탐나는 옷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끔 언니가 외출하고 없을 때 언니의 옷장에 있는 옷들을 꺼내 입어 보곤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뚝 뗐습니다. 한번은 졸업을 앞두고 사은회 행사에 입고 갈 옷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변변한 정장 한 벌 없었거든요. 어떻게 할까 곰곰히 생각하다 지난 번 올케 옷장에서 본 핑크색 원피스가 떠올랐습니다. "언니, 이 핑크색 원피스 너무 예쁘다. 이거 한 번 입어볼까?" 언니가 다른 옷은 추천 해 주면서도 그 핑크색 원피스는 입어보라는 소리를 하지 않아 제가 먼저 말을 꺼낸 것입니다. "그 옷은 결혼할 때 산 예복인데....." 올케 언니는 말끝을 흐렸지만 제가 그 핑크색 원피스만 유독 탐을 내자 빌려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올케 언니가 많이 속상했을 것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옛날에 나도 그랬는데 괜히 시누이만 탓하고 있었구나. 들어오면 웃으면서 옷이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 줘야지.' 하지만 막상 저녁때 시누이가 들어와서 "언니 어떡하지. 친구가 장난치다가 이 옷에다 커피를 쏟아 버렸어. 미안해요"라고 말하는데 기분이 팍 상했습니다. "괜찮아요. 빨면 되겠죠."하고 돌아섰지만 시누이가 참 얄미웠습니다. 전 아직도 철들려면 먼 것 같아요. 결혼 전 일을 떠올리며 결심했던 것을 금방 까먹고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시누이만 아니었어도.....어이구 속 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