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언제나 집에 들어오면서 내게 보내는 남편의 웃음소리다. 연애 시절부터 그 호탕한 웃음이 마음에 들었고 멀리서도 그의 웃음소리는 금방 식별이 가능했다. 그 속에는 늘 그의 용기와 낙관적인 생각이 숨쉬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와 함께라면 무슨 일이든 어렵지 않으리라는 확식이 들어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그는 내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남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치고 힘들어 집에 와서 짜증도 내고 말수도 적다는 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항상 현관문을 들어설 때면 그 특유의 웃음 소리가 집안에 넘쳐 그것만으로도 나는 푸근함을 느끼고 걱정이 사라져 버리는 듯 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왜 고민이 없었겠는가. 몇 년간의 직장 생활 끝에 시작한 장사가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고민하는 기색없이 매일 그의 웃음만을 선물로 가져왔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늦은 시각까지 그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걱정이 되어 동에 어귀까지 나가보았다. 골목 입구에 있는 포장마차를 지나칠 때였다. 너무나도 낯익은 뒷모습이 내 시야에 확 들어왔다. 어깨가 축 처진 채로 혼자 앉아 소주를 따르는 그의 모습이 왜 그리 아프게 파고드는지. 나는 얼어 붙은 듯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색 한 번 안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잠시 뒤 볼이 발그레해진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서며 내게 말했다. "하하하....많이 기댜렸지? 오늘도 기분 좋은 일이 있었거든. 난 정말 복이 많은가 봐. 늘 이렇게 좋은 일만 생기니 말이야." 나는 아무 말없이 그의 손을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