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도 손빨래를 한다고 하면 남들은 무척 놀란다. 세탁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손빨래를 고집하는 이유는 옷을 좀 더 깨끗하게 빨기 위해서다. 손빨가 힘든 것만은 아니다. 옷을 비비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손으로 빨아서 더 깨끗해 보이는 옷을 보면 기분도 좋아진다. 그리고 간혹 남편의 바지를 빨다 보면 호주머니에서 남편이 미처 챙기지 못한 십 원짜리 동전부터 천 원짜리 지폐들이 나온다. 아이들이 과자를 사 먹은 뒤에 동전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옷을 벗을 때 미처 꺼내지 못한 동전도 간혹 줍게 된다. 그런 돈은 다시 일일이 주기도 뭐해서 저금통에 넣는다. 한번은 그렇게 해서 십만 원을 모은 적이 있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막상 생각지도 못했던 십만 원이 생기니까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했다. 그 돈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는 그 동안 갖고 싶엇지만 참아 왔던 여러 가지 물건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돈을 들고 나가 기껏 산 물건은 남편의 생일에 주려고 산 카세트였다. '으이그 속상해. 왜 나는 맨날 내 것은 못사고 남편 거나 아이들 것만 챙기지?'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남편이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카세트를 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 선물을 받고 무척이나 놀란 모양이었다. "돈이 없을텐데 어떻게 이런 걸 샀어?" 빨래하면서 한푼 두푼 모은 그 동안의 얘기를 했더니 남편은 허허 웃으며 "이 카세트로 영어 공부 열심히 해서 당신 해외 여행 시켜 줄게"하고 말했다. 그뒤로 남편은 정말 출퇴근 할 때마다 카세트에다 어학 테이프를 넣고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가슴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