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시외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중간 간이역에 버스가 멈추자 손님들이 하나 둘 타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 예순 정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저씨가 계셨다. 그 아저씨는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앉으셨다. 잠시 뒤 이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버스에 올라 숨을 거칠게 내쉬며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안도의 미소와 함께 내 옆자리의 아저씨 쪽으로 걸어왔다. 청년은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다. "빨리 가지 않고는....." 먼저 아저씨가 말했다. 그러자 청년은 아주 힘들게 입술을 움직였다. "아-버지, 도-착-하면 이-거 가지-고 택-시 타-고 가-세-요." 청년의 발음은 정상인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했다. "아니다, 너도 힘들텐데....." "그-래도 가-지-고 가-세-요." 몇 번의 주고받음 끝에 청년은 아저씨의 손에 천원짜리 서너 장을 쥐어드리로 바삐 시외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는 청년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곧 출발했다. 아저씨는 한동안 창문을 내다보며 아들이 안 보일때까지 손을 흔드셨고 아들도 정류장을 떠날 줄 몰랐다. 잠시 뒤 아저씨는 지폐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눈으로 가져갔다. 순간 내 눈에도 뜨거운 눈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