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그리고 마음마저 꼭꼭 닫아 버린 채 산다는 것은 더욱 가슴 아픈 일이 겠지요. 형과 어머니의 사이에는 지금 천길, 만 길이나 되는 강물이 가로 놓여 있습니다. 그 강은 바로 형수입니다. 어머니는 형수를 좋아 하지 않으십니다. 그 강은 바로 형수입니다. 당신의 며느리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그 빈자리를 형이 메워온 것에 대해 굉장히 미안해 하셨습니다.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한 채 어린 나이의 아들을 거친 세상에 내놓은 것을 두고두고 가슴아파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형을 끔찍이 생각하셨고 형 역시 어머니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지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형이 어머니가 반대하시는 여자와 몰래 살림을 차렸으니 어머니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의 슬픔이 이해가 갔기에 저 역시 형의 여자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형과 형수는 죽을 죄를 지었다며 어머니께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며칠전 형수가 저의 직장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퇴근 길에 형 집에 잠깐 들르라는 것이었습니다. 형수는 제게 한약을 담은 봉지를 내주었습니다. 어머니 보약이라며 자신이 직접 가져다 드리고 싶지만 드시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형수가 철철이 사 오는 빛깔 좋은 옷이며, 형수가 직접 만든 맛 좋은 음식을 거의 손도 대지 않으셨으니, 보약이라 한들 드실 리가 없을 겁니다. 형수는 시장에서 우연히 만난 어머니의 야윈 얼굴을 보고 그 길로 한약방으로 달려가 약을 지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약을 지은 것처럼 말씀드려 어머니께서 꼭 드시게 해 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는 형수의 눈가에는 사랑 받지 못하는 며느리의 또 다른 아픔이 가득했습니다. 죄송했습니다. 저도 그때까지 형수를 한번도 '형수님'이라 따뜻하게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어머니를 위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어머니께 다가가고 싶어하는 형수의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보약 꾸러미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는 형수의 말을 떠 올려 봅니다.
"어머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용서도 빌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 동안 해 드리지 못한 것 많이많이 해 드려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