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부둥켜 안고서 나는 한없이 울었다. 울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았지만 한번 쏟아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집안의 완강한 반대를 무릎쓰고 서로 사랑하며 살자는 믿음 하나로 결혼식을 올렸다. 너무나 철없던 어린 나이였다. 그래서 일까.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한 결혼생활이지만 마냥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집안을 청소하는 일이 그저 즐거운 따름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남편은 고된 노동으로 아무리 지칠지라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넉넉한 웃음으로 오히려 걱정하는 나를 위로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은 아침마다 일터에 나가면서 내 이마에 뽀뽀해 주는 것을 잊지 않는 자상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우리가 펑펑 울게 된 것은 다름아닌 남편의 첫 월급 때문이었다. 난 들뜬 마음에 오랜만에 삼겹살과 소주를 준비하여 푸짐한 저녁상을 차려 놓고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퇴근해 들어온 남편은 평소같으면 오자마자 나를 꼭 안아 줄텐데. 아무 말없이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그리고는 잠시 뒤에 삐쳐 있는 나의 손을 꼭 잡고 월급봉투를 내밀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도데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혼해서 처음으로 당신에게 가져다 주는 월급인데 너무 적은 금액이라서..... 이걸로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겠어?" 난 남편의 기가 죽을까 봐 얼른 말을 이었다. "첫 월급이 다 그렇지 뭐. 그리고 이 돈이 뭐가 적다고 그래. 적으며 또 어때, 쪼개서 쓰면 되지. 내가 얼마나 알뜰한 살림꾼인데......." 쏟아지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나는 남편의 월급봉투에서 얼마를 꺼내 남편에게 용돈으로 건네주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 돈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돈도 많이 벌어다 주지 못하는 무능한 남편이 염치가 있지, 용돈은 무슨......" 그 순간 참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내렸고 나는 남편을 얼싸안고 엉엉 울었다. 나중에는 남편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가슴아파 더 서럽게 울었다. 지금 우리는 아직 젊기에 이 가난한 시절을 서로 믿고 사랑하며 잘 버텨 나가고 있다. "정래 씨, 사랑해요. 그리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