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을 흔히 '미궁에 빠졌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미궁에 빠진 사건은 허다하며 특히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한 '언론인 테러', '국회의원 테러' 등 정치성을 띤 사건은 의례히 미궁에 빠지기 마련이다. 범인이 '오리무중'을 헤매다가 '미궁'에 빠지면 일건 서류는 '영구미제'의 딱지가 붙어 창고에 처막히는 신세가 된다.
미궁을 영어로는 '래버린스' (lsbyrinth)라고 하는데 희랍어 라비린토스(labyinthos)에서 나온 것. '라비린토스'는 옛날 지중해 '크레테' 섬에 있던 왕궁으로 '미노스' 왕이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다에달로스'를 시켜 만들었다고 한다. 이 '라비린토스'는 그 내부가 어찌나 복잡하든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미노타우로스'는 몸은 사람이고 머리는 소인 괴물인데 '미노스' 왕은 그의 지배하에 있던 희랍에서 해마다 소년과 소녀 한 사람씩을 공물로 바치게하여 이 괴물의 먹이로 삼았다. 그러다가 영웅 '테세우스'가 나타나서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도네'의 도움으로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해 버리고 만다. 미궁이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즉 미궁 자체가 미궁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같은 제목의 영화가 우리 나라에도 들어온 적이 있지만 서양에서는 널리 퍼져 있는 옛이야기, 그 중에서도 18세기 중엽 프랑스어로 엮어진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어느 상인이 딸의 부탁으로 괴물의 집 뜰에 들어가서 장미꽃을 꺾는다. 그러자 괴물이 나타나서 딸을 바치지 않으면 상인을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한다. 딸은 자기 몸을 희생하기로 하고 괴물을 찾아갔더니 놀랍게도 괴물은 아름다운 왕자의 모습으로 변했다. 소녀의 헌신으로 악마의 저주가 풀렸던 것이다. 두 사람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이야기 가운데서 흔히 볼 수 있는 변신 이야기인데 여기에는 지극히 건전한 교훈이 담겨져 있다. 즉 사람의 가치는 그 외모로써 판단할 수 없다는 것. 괴물처럼 생긴 사람에게 왕자와 같이 고귀한 정신이 깃들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생김새는 고귀하지만 본성은 야수와 같은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