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양은 일종의 미덕이라고 하지만 때로는 융통성 없는 사교적 예의로 말미암아 오해를 받거나 터무니없는 손해를 보는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745년 5월 11일, '루이' 15세 휘하의 프랑스군은 벨기에의 '톤트노와'에서 영국군과 대치했다. 영국군에는 네델란드군과 오스트리아군이 참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영국군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으나 영국군 참모 '켐버란드' 공은 병력을 삼각형의 밀집부대로 편성하여 프랑스군의 중앙을 돌파하려 했다. 그리고 마침내 프랑스군의 근위군진지 앞까지 쇄도해 들어갔다. 양쪽 군대의 거리가 50보 정도로 좁혀지자 쌍방의 장교가 부대 전면에 나와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때 영국군의 장교 '로드헤이'가 모자를 벗어들고 '프랑스 근위군 여러분, 먼저 쏘십시오'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프랑스군의 진영에서 '단테로쉬' 백작이 나와서 큰소리로 대답했다. "먼저 쏘십시오. 영국군 여러분! 우리들 프랑스 사람은 절대로 먼저 쏘지 않습니다!" 영국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사격을 가했으며 프랑스군은 뚱딴지 같은 사양으로 말미암아 대담한 타격을 받았다. 중국의 고사 송양지인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