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군(?~?)은 종실로서 주색으로 일생을 보낸 당대의 호걸로 이름난 사람이다. 그러나 그런 향락생활도 젊은 시절 한때일 뿐 그도 이제 80 고령의 늙은이가 되어 지난날을 조용히 돌이켜볼 때가 되었다.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
"젊은 시절을 조직 술과 여자로 일관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유혹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한 때문인가, 아니면 천성이 그것을 좋아한 때문인가?"
묻는 말에 대답 한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긴 한숨을 푸욱 내쉬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나는 본시 어릴 적부터 20여세가 될 때까지 계집아이처럼 얌전하기만 하였지. 혹시 누가 쳐다만 보아도 나는 공연히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네. 어느 날 잘 아는 무인이 나를 속이고 유인하는 바람에 그 무인을 따라가보니 그 집은 기생이 있는 술집이었네. 시끄러운 노랫소리, 오고가는 술잔을 보고 심기가 불편하여 나는 즉시 되돌아오려고 했으나 기생들이 애교를 떨며 만류하는 바람에 그만 돌아올 용기를 잃고 말았지. 어여쁜 기생 하나가 나의 눈을 응시하면서 입고 있던 저고리를 벗지 않겠나. 우유빛 같은 속살과 꽃봉오리 같은 그의 유방을 본 나는 그만 정신이 몽롱해져서 결국 그 여인과 잠자리를 함께 하고 말았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나는 오로지 주색에 빠져 끝내 헤어나지 못하였다네. 지금 생각하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그 무인 친구 때문에 보게 된 그 여인의 젖가슴 때문일세.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나를 본보기로 삼아 청소년들을 가르쳐서 유흥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처하는 일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