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오백년의 선비정신 - 강효석 2. 사화의 소용돌이 홍귀달의 원혼을 따뜻한 술로 달래 보낸 송질 송질(1454-1520)의 본관은 여산이고 자는 가중이다. 성종 8년(1477)에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영상에 이르렀다. 연산군 갑자사화 때 문광공 홍귀달이 사사의 명을 받았다. 이때 송질이 용천역에서 유숙하였는데, 밤에 갑자기 차가운 기운이 멀리서 달려와 말하였다. "가중은 자는가?" 송질이 그 소리를 듣고 홍귀달임을 깨닫고 물었다. "겸선(홍귀달의 자)인가?" 그렇다고 대답하며 홍귀달이 창문을 열고 들어와서 말하였다. "나는 이미 죽었는데 날씨는 춥고 시체는 얼었으니, 따뜻한 술이나 한잔 주게" 송질이 곧 술을 따뜻하게 데워서 앞에 놓아두었더니, 훌쩍훌쩍 둘이마시는 소리는 들리나 술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추운 기운이 조금 풀리었으니 매우 고맙네" 이윽고 홍귀달이 작별하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