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응부(?-1456)의 본관은 기계이고, 자는 신지이다. 키가 크고 얼굴에 위엄이 있으며 활을 잘 쏘고 용맹스러웠다. 또한 효도가 지극하여 어머니를 위로하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무과에 등과하여 벼슬이 2품 재상직에 올랐으나 풀로 엮은 자리로 문을 가리울 정도로 가난하여 고기 한번을 먹지 못하였지만 어머니를 봉양할 물건은 모두 갖추었다.
언젠가동생 응신과 어머니를 모시고 포천에 간 적이 있는데 도중에 말 위에서 기러기를 쏘아 땅에 떨어뜨림으로써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렸다. 세조 2년(1456)에 박팽년 등과 단종 복위를 모의할 당시 운검으로 있던 응부는 당장 거사하자고 주먹을 휘두르며 외쳤다. "권람과 한명회를 죽이는 데는 이 주먹이면 족하지 어찌 칼을 쓰겠는가!" 이때 박팽년과 성삼문이 적극적으로 제지하면서 다음 기회를 보고오늘은 그만두자고 하였다. "모든 일은 신속한 것이 제일이다. 오늘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유응부는 자기 뜻을 고집하였지만 박팽년과 성삼문 등이 말을 듣지 않아서 그 일은 중단되었고, 그 뒤에 모의한 일이 발각되었다. 세조에게 추국을 당하자 유응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단종 임금을 복위하려 하다가 불행하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이제 말해서 무엇하겠소?" 또 성삼문 등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서생들과는 아무 일도 도모하지 못한다고 하더니 과연 그 말이 맞았도다. 지난번 내가 칼을 쓰려고 할 적에 너희들이 굳이 말렸기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 사람이 꾀가 없으면 짐승과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