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노는 북방의 이민족이다.(흉노족은 오늘날 핀란드와 헝가리 민족의 선조로서 원래 유럽인종에 가까운 편이었다-역자 주) 목축과 수렵을 생업으로 삼으며, 가축을 따라 물과 풀이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하며 살고 있었다. 흉노의 사나이는 모두 활을 잘 쏘고, 전시에는 모두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싸움터로 나갔다. 두만선우(선우는 흉노의 군주 칭호)에게는 묵특이라는 태자가 있었다. 그러나 선우는 그 후 애첩이 낳은 아들을 귀여워 해 묵특 대신 애첩의 아들을 태자로 세우려고 생각했다. 한편, 그 당시 이웃의 월지족은 매우 강성하여 흉노에게 인질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우는 우선 묵특을 인질로 삼아서 월지로 보냈다. 그리고 그가 갇힌 몸이 되었음을 확인하자 갑자기 월지로 토벌군을 보냈다. 누가 보아도 이는 묵특을 죽이려는 음모였다. 흉노의 침입을 받은 월지는 예상대로 인질인 묵특을 살해하려 하였다. 그러나 묵특은 뛰어난 말 한 마리를 훔쳐서 본국으로 도망쳐 왔다. 두만선우는 자기의 의도는 실패했으나, 아들 묵특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게 되어 제거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오히려 1만 기를 주어 장군에 임명했다. 그런데 장군이 된 묵특은 소리나는 화살을 만들게 하는 한편 부하에게는 말을 타고 달리며 활을 쏘는 훈련을 매우 강하게 시켰다. 그런던 어느 날,
"모두 듣거라. 내가 소리나는 화살을 쏘거든 너희들은 계속 내가 쏜 표적에 활을 쏘아라. 따르지 않는 자는 베겠다."
이렇게 명령하고는 전군을 이끌고 사냥을 나갔다. 묵특은 소리나는 화살로 새나 짐승을 쏘아 맞히고는 자기의 명에 따르지 않는 자는 그 자리에서 목을 베었다. 그러더니 묵특은 이번에는 자기의 애마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부하 가운데는 멈칫 하면서 화살을 날리기를 망설이는 자가 있었다. 그때도 묵특은 즉석에서 그들을 베어 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은 훈련 끝에 자기의 애첩을 쏘았다. 이때도 부하 가운데는 당황하면서 활을 쏘지 못하는 자가 있었다. 묵특은 역시 사정없이 그들을 베었다. 이렇게 엄격한 훈련을 치른 후 묵특은 또 다시 사냥을 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버지 두만의 애마를 쏘았다. 그러자 이제 부하들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그를 따랐다. 묵특은 이로써 부하 전원이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인다는 확신을 얻었다. 얼마 후 그는 아버지 두만을 따라 사냥을 나가게 되었다. 사냥이 한참 진행중이었는데 갑자기 그가 아버지 두만을 향해 소리나는 화살을 날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그의 곁에 머무르고 있던 그의 부하들도 묵특의 화살 소리를 따라 일제히 화살을 날려 보냈다. 두만은 이렇게 하여 훌륭한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묵특은 이어서 계모와 이복 형제 및 복종하지 않는 중신들을 모조리 죽였다. 이렇게 하여 묵특은 스스로 선우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적을 방심케 하라
묵특이 선우 자리에 올랐을 당시, 동방에서는 동호족이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묵특이 아버지 두만을 죽이고 선우 자리를 빼앗았다는 소식은 바로 동호왕의 귀에 들어 갔다. 그러자 동호왕은 사자를 보내어 죽은 두만이 애지중지하던 천리마(하루에 천 리를 뛴다는 명마)를 양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묵특은 측근과 의논했다. 그러자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천리마는 우리 흉노의 보배이오니 거절해야 합니다."
그러나 묵특은,
"한 마리 말을 아끼기 위해 이웃 나라와의 우의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하며 신하들의 의견을 누르고 동호의 요구에 응했다.
묵특이 자기네를 두려워한다고 판단한 동호는 얼마 후 다시 사자를 보내 왔다. 이번에는 미녀를 달라는 요구였다. 묵특이 측근에게 의논하자 이번에도 그들은 모두 성을 냈다.
"미녀를 요구하다니 이런 무례한 짓이 어디 있겠습니까? 동호의 무도함에는 이제 참을 수가 없습니다. 부디 공격 명령을 내려 주소서."
그러자 그때도 묵특은,
"계집 하나를 아낌으로 해서 이웃과의 두터운 우의를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하며 격분하는 신하들을 누르고 사랑하는 애첩 한 명을 동호에게 보냈다.
그러자 동호는 더욱 더 교만해지더니, 이윽고 흉노의 국경을 마구 침범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흉노와 동호의 중간에는 천여 리에 걸쳐 삶이 사는 집 하나 없는 불모의 황무지가 펼쳐져 있었다. 동호는 이 황무지에 눈독을 잔뜩 들이고 묵특에게 다음과 같이 통고해 왔다.
"귀국과 우리 나라의 경계가 되어 있는 황무지는 귀국에 있어서는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이 황무지는 우리가 소유하기로 한다."
이에 묵특은 또다시 측근들과 의논했다. 그러자 몇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땅입니다. 주어 버려도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듣자 예전과는 달리 묵특이 격노했다.
"땅이란 나라의 근본이다. 한 줌의 흙도 동호에게 줄 수는 없다."
그리고는 주어도 좋다고 말한 자들을 모조리 베어 버렸다. 그러더니 당장 말에 오르면서,
"지금부터 동호를 토벌하기 위해 출진한다. 늦게 오는 자는 베어 버리겠다."하며 즉각 동쪽으로 군대를 진격시켜 동호를 습격했다.
그런데 동호는 이전의 예로 보아서 완전히 묵특을 업신여기고 있었으므로, 방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무장하고 피나는 훈련으로 준비한 묵특의 군대는 순식간에 동호를 격파하고 왕을 죽여 없앴다. 묵특은 동호를 격파하자 곧바로 서쪽으로 진격하여 월지를 패주시켰다. 또한 남쪽으로 오르도스의 누번왕, 백양왕의 영지를 병합하고, 일찍이 진나라 장군 몽염에게 빼앗겼던 영토까지 모두 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