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포는 팽월과 어릴 적부터 친구였다. 두 사람 모두 가난해 술집 심부름꾼 일을 하다가, 팽월은 도둑이 되었고 난포는 노예로 연나라에 팔려갔다. 그런데 거기서 능력을 인정받아 벼슬을 얻게 되었고 마침내 장군까지 되었다. 그 후 난포는 유방에게 포로가 되었는데, 팽월이 이 소식을 듣고 유방에게 부탁해 그를 풀려나게 한 후 자기 나라 대부로 삼았다. 난포가 사신으로 다른 지방에 나가 있을 때 팽월이 반란 혐의로 붙잡혀 죽었다. 그리고 팽월의 목을 낙양 성문에 걸고,
"이 목을 건드리는 자는 처벌한다."고 포고했다.
그러나 난포는 낙양으로 가서 팽월의 목 앞에서 사신으로서의 보고를 마친 뒤 그 자리에서 제사를 지내고 곡을 했다. 이에 관리가 그를 체포해 유방에게 끌고 갔다. 유방이 꾸짖었다.
"너도 팽월과 함께 반란을 모의했는가? 내가 팽월의 목을 거두지 못하도록 명령했는데, 네 놈이 와서 제사를 지내고 울었다니 함께 모의한 것이 분명하다. 여봐라. 저 놈을 당장 삶아 죽여라!"
관리가 난포를 끌고 끓는 가마솥으로 갔다. 한동안 태연히 걷던 난포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죽기 전에 한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무슨 말인가?"
"전에 폐하께서는 항우와 싸워 형양에서 패하였을 때, 항우의 추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무슨 이유였습니까? 바로 팽왕(팽월)이 항우의 뒤에서 끊임없이 괴롭혔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해하의 싸움에서도 만일 팽왕이 합류하지 않았다면 쉽게 이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아무 증거도 없이 반란 혐의를 씌워 팽왕을 죽이셨습니다. 이래서는 모든 공신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음을 걱정합니다. 저는 팽왕이 이미 죽고 없는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삶아 죽이십시오."
이 말을 들은 유방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난포를 풀어 주도록 했다. 그리고 도위라는 벼슬도 내렸다. 그 뒤 문제 때에 난포는 장군의 자리까지 올랐다. 난포는 이렇게 말했다.
"곤궁해졌을 때 몸을 낮추고 뜻도 낮추지 못하면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부귀할 때 뜻을 펴지 못하면 현명하지 못하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에게 후하게 보답했고, 원한이 있던 사람은 법에 따라 엄하게 처벌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를 위해 '난포사'라는 사당을 지어 그를 기렸다.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난포가 팽월에게 곡을 하고 죽으러 갈 때 마치 자기 집으로 가는 듯했다. 그는 진실로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었으므로 죽음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 어떤 열사가 그를 능가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