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요록
제11장 재편되는 북방
2. 진목공의 꿈
요의 해몽
원래 서융의 적반은 모든 오랑캐들의 두목이었다. 그래서 모든 오랑캐들은 그의 지배 아래 있었다. 모든 오랑캐들은 적반이 진나라에게 항복하고 아예 귀순했다는 소식을 듣자 아연 실색했다. 그들은 진나라가 쳐들어올까 두려워서 땅을 진나라에 바치고 신하를 자처하였다. 진목공은 이에 공이 많은 신하에게 논공 행상을 하고 크게 잔치를 베풀어 모든 신하를 대접했다. 모든 신하는 기뻐하며 술잔을 높이 들어 진목공의 천수를 빌었다. 잔치가 파하자, 진목공은 몹시 취하여 궁으로 돌아갔다. 궁으로 돌아간 진목공은 침상에 쓰러졌다. 그리곤 시간이 흘러 이튿날이 되어도 깨어나질 않았다. 궁중 사람들은 당황하고 놀랐다. 이 소식을 듣고 모든 신하는 황망히 궁으로 모여들었다. 세자 앵은 곧 의관을 궁성으로 불렀다. 의관은 진목공을 진맥했으나, 별다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맥박이 보통 때와 조금도 다름없었던 것이다. 진목공은 마치 잠을 자듯 눈을 딱 감고, 말하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할 따름이었다. 의관이 전신을 진찰해 보고 한참 뒤에야 말했다.
"이건 귀신이 붙은 것입니다. 내사 요로 하여금 기도를 올리게 하십시오."
그러나 내사 요가 대답했다.
"이는 시궐이라 하는 것으로 주공은 마치 죽은 듯이 잠자며 이상한 꿈을 꾸시는 것 같소. 그저 며칠을 기다리면 깨어나실 것이니 놀라지 마십시오. 기도한들 효험이 없으니 무슨 필요가 있으리오."
세자 앵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진목공 침상 곁에 자리를 잡고 그 곳에서 먹고 자며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어느덧 닷새가 지났다. 닷새째 되는 날 아침에 진목공은 비로소 침상에서 눈을 떴다.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진목공은 일어나지도 않고 잇달아 부르짖었다.
"괴이하구나! 괴이한지고!"
세자 앵이 무릎을 꿇고 안도하여 물었다.
"기체 어떠하십니까? 어쩌면 이렇게 오래도록 주무셨습니까?"
진목공이 세자를 의아스레 돌아보며 대답했다.
"오래라니 ? 잠깐 졸았을 뿐인데......."
"주무시기 시작한 지 닷새가 지났습니다. 혹 이상한 꿈이라도 꾸시지 않았습니까?"
진목공은 완연히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네 어찌 그걸 아느냐?"
"내사 요가 그럴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곧 내사 요를 불러들여라."
진목공이 내사 요에게 말했다.
"과인이 이번에 꿈을 꿨는데, 그 꿈에 한부인이 마치 비빈처럼 성장하고 나타났소. 그 단정한 얼굴은 아름답고 살결은 백설처럼 깨끗했는데 손에 천부를 들고서 말하기를, 상제(上帝)의 명을 받들어 과인을 데리러 왔다는 것이었소. 그래서 과인은 그 부인의 뒤를 따라갔소. 문득 이 몸이 구름 속에 있는 듯 어디론지 끝도 안 보이는 곳을 가는 것이었소. 그러자 구름이 걷히며 한 궁궐이 나타나는데 단청은 찬란하고 구 척의 옥계 위엔 주렴이 드리워져 있었소. 그 부인은 과인을 데리고 앞서 가더니 과인에게 그 옥계 아래에서 절하라고 하였소. 잠시 후 주렴이 걷혀 오르자 전상의 황금을 박은 기둥이 보였고 수놓은 비단 장막 빛에 눈이 부셨소. 그 전 내, 한가운데 한 왕자가 면류관을 쓰고 곤룡포를 입고 구슬로 만든 자리에 앉았는데, 좌우에 신하들이 시립하고 있어 그 위의가 자못 대단하였소. 왕이 명하자 내시 같은 사람이 벽옥잔에다 술을 가득 부어 과인에게 주었소. 그 술맛과 향기는 비할 바 없이 좋았소. 다시 왕이 한 죽간을 신하에게 내리자 곧 당상에서 큰소리로 과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었소. '임호야, 성지를 듣거라! 네 마땅히 진(晋)나라 난을 평정할지로다.' 이렇게 거듭 두 번이나 분부가 내렸소. 부인이 다시 과인에게 감사하다는 절을 하라고 하고 다시 과인을 데리고 궁궐 바깥으로 나갔소. 과인이 그 부인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그 부인이 대답하기를, '첩은 보 부인이라 하오. 태백산 서쪽 기슭에 있으니 바로 군후의 나라 안에 있음이라. 군후는 듣지 못하셨는가. 첩의 남편인 엽군은 남양땅에서 별거하고 있는데 혹 일 년 아니면 이 년 만에 한 번씩 와서 첩과 만나오. 군후가 이 첩을 위해 사당을 지어 준다면 첩은 마땅히 군후로 하여금 패업을 성취시켜 만세에 이름을 전하도록 하리이다.' 이에 과인이 '진나라에 무슨 난이 일어났기에 과인에게 평정하라는 분부신가요?' 하고 물었더니, 보 부인이 '이는 하늘의 기밀이라, 미리 누설할 수 없다.' 고 대답했소. 바로 이 때 어디선지 종소리가 울려오는데, 마치 우렛소리 같은지라 마침내 크게 놀라 깨었소. 그러니 이것이 무슨 징조겠소?"
내사 요가 아뢰었다.
"지금 진헌공(晋獻公)이 여희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나머지 세자 신생을 싫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찌 변란이 없겠습니까. 하늘의 명이 주공께 내렸으니 이는 장차 패업 이루라는 계시입니다. 정말로 주공의 복입니다."
진목공이 다시 물었다.
보 부인 사당
"그 보 부인이란 여자는 도대체 어떤 여자인가?"
"신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습니다. 선군 문공 때에 진창 사람이 땅 속에서 이상한 짐승을 잡았답니다. 모양은 마치 볼록한 주머니 같고 빛깔은 황백색이고 꼬리는 짧고 발은 많고 주등이는 날카로웠습니다. 진창 사람은 그 짐승을 선군께 바치려고 가던 도중 길에 두 동자를 만났답니다. 그 두 동자는 진창 사람에게 끌려가는 짐승을 보자 서로 손바닥을 치면서 웃고 말하기를 '네가 죽은 사람을 학대하더니 이제 살아 있는 사람 손에 붙들렸구나!' 하더랍니다. 진창 사람이 그 말 뜻을 물으니까 두 동자가 '저 짐승은 위라는 동물인데, 땅속에 있으면서 시체의 뇌수만 파먹고 살기 때문에 그 정기를 얻어 능히 사람으로 변화합니다. 그러니 당신은 놓치지 말고 잘 끌고 가시오.' 그러자 그 위란 짐승이 마침내 주둥이를 벌리고 능히 사람의 말을 하더랍니다. '저 두 동자는 사람이 아니오. 하나는 암컷이며 하나는 수컷입니다. 저들의 이름은 진보니 바로 들꿩의 정기로서, 수놈을 얻은 자는 왕이 되고, 암놈을 얻은 자는 천하를 제패합니다.' 이 말을 듣고 진창 사람은 마침내 위라는 짐승을 버리고 두 동자를 잡으려고 쫓아갔답니다. 그러자 두 동자는 문득 꿩으로 변하여 날아갔습니다. 그 진창 사람이 이 사실을 선군께 고하자 선군께선 이 사실을 기록해 두라고 명하셨습니다. 그 기록이 지금도 내부에 있어 신이 소관하고 있으니 갖다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진창은 바로 태백산 서쪽에 있는 지명입니다. 주공께서 길일을 택해 시험삼아 두 산 사이에 가셔서 사냥을 하십시오. 그리고 그 꿩의 자취를 한번 찾아보시면 어떤 징조가 반드시 나타날 것입니다."
진목공은 곧 세상을 떠난 선군이 생전에 기록해 두게 한 그 기록을 가져 오게 했다. 읽어 보니 과연 내사 요의 말과 같았다. 이에 진목공은 내사 요에게 자기가 꾼 꿈도 자세히 기록해서 내부에 함께 보관하도록 명했다. 이튿날 진목공은 모든 신하들의 조례를 받았다.
"과인은 곧 태백산 기슭으로 사냥을 가겠노라. 속히 떠날 차비를 차려라."
진목공은 수레를 타고 신하와 몰이꾼들을 거느리고 태백산으로 갔다. 진목공은 태백산 줄기를 타고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사냥을 했다. 거의 진창산에 이르렀을 때였다. 몰이꾼들의 그물에 꿩 한 마리가 걸렸다. 그 꿩은 전신이 옥(玉)빛이었고, 흠 하나 없이 광채가 몹시 찬란했다. 그러나 그 꿩은 사람 손에 잡히자 곧 돌꿩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광채는 변하질 않았다. 몰이꾼들은 즉시 그 돌꿩을 소중하게 감싸서 진목공에게 바치며 잡게된 경과를 아뢰었다. 내사 요가 말했다.
"이것이 바로 보 부인입니다. 암컷을 얻으면 천하를 제패한다 했으니 이 어찌 길한 징조가 아니겠습니까. 주공께선 보 부인을 위한 사당을 이 곳 진창에다 세우십시오. 반드시 큰 복을 받으실 것입니다."
진목공은 크게 기뻐했다. 곧 그 돌꿩을 난초 달인 물로 목욕을 시키고, 비단 이불에 싸서 옥으로 만든 궤에 넣었다. 그날부터 목공들을 불러 모아 나무를 베고 보 부인 사당을 산 위에 세우게 했다. 사당이 준공되자 그 돌꿩을 그 안에다 안치하고 사당 이름을 '보 부인사' 라고 하고, 진창산을 보계산으로 이름을 고쳤다. 그리고 사당지기를 두어 봄 가을로 일 년에 두 번씩 반드시 제사를 지냈다. 그 뒤로 제사를 올리는 날이면 새벽마다 산 위에서 꿩의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맑은지 삼 리 밖에까지 들렸다고 전한다.
한편 제나라의 상황은 어떠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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