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쌍방 조건을 허락했다. 마침내 관중은 8국 군대에게 회군할 것을 하령했다. 대군이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포숙아가 관중에게 물었다.
"초나라 죄는 초후(楚侯)가 이제까지 망령되게 스스로 왕이라고 자칭한 데 있소. 그런데 그대는 초후가 포모를 주왕실에 바치지 아니한 것만을 가지고 문제를 삼았소. 웬일이오? 나는 그대의 속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구려."
관중이 대답했다.
"초나라가 자칭 왕호를 쓴 것은 벌써 3대째가 되었소. 내가 만일 초나라가 왕호를 쓴다고 꾸짖었다면 초가 머리를 숙이고 내 말을 듣겠소? 만일에 초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서로 싸우는 수밖에는 없소. 싸움이란 그대도 잘 알고 있듯이, 한번 시작하면 서로 보복하느라 여념이 없게 되오. 한두 해에 결말이 나지 않소. 특히 우리와 초나라가 싸운다면 남북이 아마 몇 해를 두고 극도로 소란할 것인즉 전쟁의 피해는 몇 대를 두고 이어질 것이 틀림없소. 초나라를 멸망시킬 수는 있겠으나 우리 제나라도 온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오. 내 포모로써 트집을 잡아 초로 하여금 공물을 천자께 바치게 하였으니 이는 초가 스스로 자기 잘못을 인정한 것이오. 그리고 주왕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위엄을 알린 것이오. 동시에 우리 주공의 패업을 더욱 빛나게 하고 이 곳에 모인 각국의 군후들 위력도 빛냈소. 나는 그대의 생각에도 전쟁을 열어 화를 맺는 것보다 서로 동맹하고 우호를 맺는 것이 낫다고 하리라 보오."
이 말을 듣고서 포숙아가 크게 감탄했다.
"역시 관중이로고. 군사 하나 다치지 않고도 천추의 높은 공적을 주공에게 바치고, 주왕실의 위엄을 떨쳤도다."
관중이 포숙아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대는 돌아가는 길을 잘 보아 두오. 언젠가 우리 나라와 초는 자웅을 결판지어야 할 날이 올 것이오. 그 때는 초나라의 둥지를 단숨에 둘러 빼야 할 것이오."
포숙아가 다시 찬탄한 후 물었다.
"그대가 볼 때 어느 때쯤 우리 나라와 초나라가 한판 승부를 해야 할 것 같소?"
관중이 한참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초와 우리가 전쟁을 치루려면 주왕실을 비롯한 중원의 모든 나라가 우리 제나라를 편들어야 하오. 특히 진(晋)과 진(秦)의 협력이 있어야 하오. 그리고 북쪽 오랑캐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이오. 그 때가 되면 나나 그대나 어찌 초나라를 두려워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