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포숙아의 집에서 공자 소백과 공자 규 세 사람이 모여 앉아 상의하고 있었다. 공자 규가, 제양공의 초청을 받아 노환공 부부가 함께 임치에 온 것을 시작으로 하여, 어젯밤 궁중 밀실에서 있었던 일과 그 일을 노환공이 눈치챈 듯하다는 것까지를 이야기했다. 포숙아는 벌써 10년도 더 된 옛날, 문강이 노나라로 시집갈 때의 일을 생각해냈다. 소백이 찾아와 '문란해졌다'고 화를 내던 모습이 마치 어제처럼 느껴졌다. 그 때 소백이 그랬다. '바꿔야겠어!' 포숙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제양공으로 제나라의 장래를 생각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군위를 새로 정해야 합니다."
일순 싸늘한 침묵이 흘렀다.
"우선 제양공부터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중차대한 일을 어떻게 성사시킨단 말인가? 포숙아도 마땅한 대안은 없었다. 일을 주도할 막강한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군사를 거느린 장군 한 명도 동조자로 모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비수를 품에 감추고 제양공을 해치우기 위하여 궁으로 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공자들 가운데 제일 연장자는 무지(無知)입니다. 일단 그를 앞세우고 사건을 일으켜 제양공을 몰아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습니다만 그는 어딘가 체통없이 불평만 일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힘으로 따지면 공자 팽생이 나설 수도 있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면서 포숙아는 두 사람을 응시했다.
"팽생은 안 됩니다."
소백이 머리를 흔들었다. 바로 그 때였다.
"그렇습니다. 팽생은 결코 안 됩니다."
소홀이 방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소홀은 노환공이 방금 수레 안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세 사람에게 전했다.
"아아! 끝내는 매부를 살해하고 말았구나."
실내에는 탄식이 가득했다.
"팽생을 시켜 수레 안에서 감쪽같이 노환공을 죽였다는 소문입니다."
"그 두 놈이 바로 제나라를 망칠 역적이오!"
소백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포숙아가 재빨리 분위기를 바꾸면서 소홀을 소백 곁에 앉히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소홀에게 간략히 전해 주었다.
"여기서 제나라 군위를 새로 세워야 한다는 데까지는 이의가 없네만 누구를 앞장 세워야 할지 모르겠네.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가?"
포숙아가 소홀에게 물었다. 소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는 오히려 모든 공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 이 바람직하네. 그래서 일단은 제양공을 군위에서 추방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는 가장 공로가 큰 공자가 군위를 이어야겠지......."
포숙아가 물었다.
"공자들끼리 다투게 한단 말인가?"
소홀이 대답했다.
"다투는 것이 아니라 모두 제양공을 타도하는데 앞장 선다는 것이 좋은 표현이겠지. 실제로도 그렇고, 지금 한 공자를 내세워 다음 군위를 정해 놓고 제양공과 싸운다면 여러 모로 승산이 없네. 한계가 많다는 말일세."
"......."
네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포숙아는 입을 열었다.
"우선 두 분 공자께서는 궁으로 가시어 조상(弔喪)부터 하셔야지요. 그러고 나서 대책을 세웁시다."
공자 규와 소백 두 사람은 죽은 노환공을 조문하기 위해 궁으로 갔고, 포숙아와 소홀 두 사람은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관중의 집으로 갔다. 한편 제양공은 노환공이 죽었다는 보고를 받고 거짓 슬픔을 가장하여 한바탕 통곡을 했다. 그리고 극진히 노환공의 시신을 염(殮)하고, 즉시 입관시켜 노나라로 호송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사자를 노나라로 보내어 참혹한 소식을 전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