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물소왕이 물소떼를 거느리고 초원에서 살고 있었다. 물소들은 배고프면 풀을 뜯고 목마르면 샘물로 목을 축이며 자유롭게 지냈다. 그러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가 되면 물소왕이 선두에서 그 무리를 이끌었다. 물소왕은 생김새가 위풍당당하고 위엄 있었지만 성격은 매우 유순한 편이었다. 어느 날 물소왕이 무리를 거느리고 지나가는 모습을 근처에서 뛰놀고있던 원숭이가 보게 되었다. 원숭이는 물소왕에게 진흙을 뿌리고 돌을 던지며 입술을 비죽거리면서 욕을 해댔다. 그러나 물소왕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상대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 원숭이는 물소왕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아 이번에는 그 뒤를 따라오는 물소떼에게 진흙을 뿌리고 돌을 던지며 그들을 놀렸다. 물소떼는 화가 났지만 자신들의 우두머리인 물소왕이 잠자코 지나는 모습을 본 터라 그들 역시 원숭이를 상대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쳤다. 원숭이는 물소떼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자기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해서 매우 의기양양해졌다. 그때 무리에서 처진 새끼 물소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신이 난 원숭이는 새끼물소 뒤를 따르며 침을 뱉고 욕을 했다. 새끼 물소는 무척 화가 났지만 앞서간 어른 물소떼가 전혀 원숭이를 상대하지 않았음을 돌이키며 생각했다. '어른들의 행실을 본받아야 해.' 그래서 새끼 물소는 앞뒤를 못 가리고 경거망동하는 원숭이를 피해 앞서간 물소떼를 따라가버렸다.
원숭이는 이제 자기가 천하무적이라는 망상에 빠졌다.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을 따라오고 있었다. 원숭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재주를 피우며 사람들을 향해 진흙을 뿌리고 돌을 던졌다. 게다가 요리조리 뛰어다니면서 욕을 퍼붓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원숭이의 행동에 무척 화가 나서 원숭이를 포위해 붙잡았다. 그리고 너나할것없이 원숭이를 실컷 두들겨팼다.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천하제일이라고 으시대던 원숭이는 결국 사람들의 손에 맞아 죽고 말았다.
<생경>
백네번째 이야기 - 한 척 반과 오 촌의 차이
옛날에 가난하게 홀로 사는 한 노인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시장에서 도끼 한 자루를 샀다. 이 도끼는 보배 중의 보배였는데, 그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노인은 그 도끼로 나무를 해서 땔감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렇게 계속 쓰자 도끼는 날이 무뎌지고 말았다. 그때 살박이라는 대상인이 그나라에 왔다. 그러던 차 우연히 노인이 들고 있는 도끼를 보았다. 살박은 한눈에 그 도끼가 값어치가 대단한 보물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래서 그 노인에게 물었다.
"그 도끼는 파는 것입니까?" 노인이 탄식하듯 대답했다.
"나는 이 도끼로 땔나무를 해다가 입에 풀칠하고 있는데, 어떻게 판단 말이오?"
"비단 백 필을 주면 팔겠습니까?"
노인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살박을 훑어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도끼가 무슨 비단 백 필만한 가치가 있단 말인가? 돈 있는 자들은 그저 돈만 믿고 남을 놀리려드니 정말 못 봐주겠군.' 노인은 살박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자 살박이 계속해서 물었다.
"노인장, 왜 대답하지 않는 것입니까? 다시 잘 흥정해봅시다. 비단 이백 필이면 어떻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노인은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 그러자 살박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돈이 적으면 더 쓰겠습니다. 그런데 왜 기뻐하시지 않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삼백을 더해 비단 오백 필에 그 도끼를 사겠습니다."
노인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며 말했다.
"값이 적어서가 아니라 내가 대단히 멍청했던 사실이 후회스러워서 그러오. 이 도끼는 원래 길이가 한 척 반이었는데, 계속해서 땔나무를 하느라 닳아서 오 촌밖에 남지 않았다오. 오 촌 길이의 도끼가 비단오백필이라니 원래대로였으면 그 값이 얼마냔 말이오? 정말 후회되는구려!"
살박은 노인의 말에 기쁘게 웃으면서 말했다.
"노인장, 언짢아하지 마십시오. 내 비단 천 필을 드리리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거래를 끝냈다. 살박은 도끼를 사가지고 갔고, 노인은 비단 천 필을 얻게 되었다. 원래 이 도끼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였다. 그 어떤 물건이라도 도끼 위에 올려놓고 땔나무로 태우면 보물로 변하게 하는 보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