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국왕이 적국의 침공에 대비해서 수많은 전마를 기르고 있었다. 어느 날 이웃 나라 왕이 병사들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그러나 그 나라에 훌륭한 전마가 무수히 많은 것을 보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곤 돌아가버렸다. 이에 국왕은 기뻐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적들이 돌아가버렸으니, 이 전마들을 어디에다 쓸꼬?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주어 일하는 데 쓰게 하면 유용할 것이다.' 국왕은 대신에게 명을 내려 백성들에게 골고루 전마를 나눠주게 해다. 백성들은 국왕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나눠받은 전마들을 주로 연자방아를 돌리는 일에 썼다. 그런데 몇 년 후 이웃 나라 왕이 다시 침범해왔다. 국왕은 급히 명을 내려 전마들을 회수해서 국경으로 나가 적을 맞게 했다. 그러나 전마들은 오랫동안 연자방아를 돌렸던 습관 때문에 전진하지를 못하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돌기만 했다. 병사들이 아무리 채찍을 휘둘러도 마찬가지였다. 이른 본 이웃 나라 왕은 쾌재를 부르며 공격해와서 이 나라를 전멸시켰다.
<대장엄론경>
백두번째 이야기 - 새와 친구가 된 사내
먼 옛날 바라나국에 한 부유한 장자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 인물이 무척 수려했다. 그때 장자의 친척 중에 외국에 가서 장사를 하던 이가 장자에게 새알을 선물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그 알이 갈라지더니 조그마한 새가 나왔는데, 그 깃털이 휘황찬란했다. 아들을 무척 사랑한 장자는 매우 기뻐하며 아들에게 그것을 가지고 놀라고 주었다. 작은 새와 아들은 갈수록 친해졌고 둘 다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이제 그 작은 새는 사람보다 훨씬 커다란 새가 되었다. 장자의 아들은 그 큰 새의 등에 올라타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둘은 단짝이 되어 날마다 그렇게 재미있게 지냈다. 그러던 중 장자의 아들은 어느 나라에서 연극을 공연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그는 큰 새를 타고 그 나라로 날아가 연극을 구경했다. 큰 새는 그동안 나무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장자의 아들은 우연히 그 나라 공주를 보고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는 몰래 공주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공주 역시 장자의 아들에게 마음이 있어 그들은 밤에 몰래 만나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들의 비밀스러운 만남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곧 그 사실을 안 국왕은 병사들을 시켜 장자의 아들을 잡아오도록 했다. 그리고 그를 없애라는 명령을 내렸다. 붙잡힌 장자의 아들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나를 죽이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할 게 뭐 있습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제가 저 나무위로 올라가 스스로 떨어져 죽겠습니다."
병사들은 어차피 죽을 녀석이라고 생각해서 그의 청을 들어주었다. 나무 위로 올라간 그는 큰 새를 타고 유유히 그 나라를 빠져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