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숭선은 송나라 때 사람으로 어릴 적부터 불교에 무척 흥미가 많았다. 그는 항상 어른들을 따라 절에 가서 설법을 듣고 각종 불사에 참여했다. 그는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소란을 피우기는 커녕 귀기울여 설법을 듣곤 했다. 그 모습을 본 어른들은 이 아이가 상당히 비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비숭선은 십삼 세가 될 때까지 홀로 열심히 수행했다. 그러다가 태시 삼 년이 되자 그는 보살계(보살계는 대승 보살들이 받아 지니는 계율이다)를 받았다. 이십사 일의 재계(재계에서 재는 정오가 지나면 먹지 않는 것이며 계는 불살생등의 계율을 지키는 것으로 팔재계의 준말이다. 또는 식사와 몸가짐, 마음가짐을 조심하고 삼가는 것을 말한다)를 함에 있어서 그는 조금도 게으름을 피우지않고 자기 무릎 앞의 상위에 향로를 두고 설법을 들었다. 삼일째 되는 날 저녁 그는 비범하게 생긴 사람이 그의 앞에 불쑥 나타나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향로를 들고 가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비숭선이 놀라 다시 쳐다보니 무릎 앞에 있는 향로는 전과 다름없이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있었다. 비숭선은 예의 그 사람을 자세히 생각해보았는데, 그 사람이 향로를 들었던 것 또한 분명했던 것 같았다.
이때 비숭선은 갑자기 깨닫는 바가 있었다. 향로를 들었던 그 사람은 신인인 것이 분명했다. 비숭선이 황급히 자신을 둘러보자 입고 있던 옷은 새로 빤 탓에 매우 깨끗했지만 주위를 살펴보니 침을 뱉는 통이 더러운 것을 보고는 얼른 치웠다. 잠시 후 그는 그 신인이 향로를 제자리에 다시 갖다놓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두 개의 향로가 포개져서 하나의 향로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에 비숭선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신인이 들었던 것은 향로의 그림자였단 말인가?' 비숭선은 일찍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복원사에는 흠니라는 스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스님은 수행에 전념한 탓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비숭선은 오래 전부터 그 스님을 만나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어느 말 밤 삼경 쯤 되었을 때 또다시 그 신인이 불쑥 나타났다. 그 사람은 용모가 단정했는데 갈색 가사를 걸친 채 우뚝 서서 비숭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비숭선이 재계를 마치자 그 사람은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비숭선은 복원사에 스님을 만나러 갔을 때 비로소 그날 저녁 향로를 들었던 신인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그가 인사를 드리고 싶어하던 흠니대사였던 것이다.
<불설사자월불본생경>
여든네번째 이야기 - 용기있는 자만이 산다
한 상인이 하인들을 거느리고 먼 나라로 장사를 떠났다. 어느 날 그들은 매우 황량한 곳을 지나갔다. 그때 갑자기 거대한 나찰귀가입에서 피를뚝뚝 흘리며 그들 앞을 딱 가로막은 채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꼼짝마라!"
이때 상인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오른손으로 나찰귀를 쳤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나찰귀는 말짱했고 도리어 상인의 오른손이 나찰귀의 몸에 딱 달라붙어 떼려고 해도 떼지지 않는 것이었다. 상인은 이번에는 왼손으로 나찰귀를 쳤는데 왼손 역시 나찰귀의 몸에 붙어버렸다. 다급해진 상인은 양 다리와 머리로 나찰귀를 공격했지만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상인은 계속해서 필사적으로 반항을 했다. 이에 나찰귀는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너 지금 뭐하는 거냐? 더 이상 반항하지 말고 순순히 내 밥이 되거라."
그러나 상인은 지지않고 더욱 소리 높여 말했다.
"내 사지와 머리가 네 몸에 붙어 꼼짝달싹할 수 없지만 결코 이대로 네 밥이 될 수는 없다. 나는 계속해서 너와 싸울 참이다."
상인의 당당한 말에 나찰귀는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은 나를 보자마자 기절해버리는 게 보통인데, 이 상인은 아주 대담하구나. 잡아먹기 아까우니 풀어주는게 좋겠다.' 생각을 마친 나찰귀는 상인에게 말했다.
"네 용기에 탄복했다. 너를 잡아먹지 않고 풀어주마."
그리고 나찰귀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세상 사람들이여, 위험과 곤란에 처했다고 해서 결코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도리어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최후의 일각까지 용기를 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해야 한다. 오직 용기있는 자만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