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숲속에서 여우와 원숭이 그리고 토끼가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그때 천제가 그들의 덕행을 시험해보고자 노인으로 변해 동물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느냐?"
세 동물은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는 맛있는 풀이 자라는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숲속에서 다른 짐승들과 재미있게 놀며 편안히 지내고 있습니다."
"듣자하니 너희들의 우애가 대단하다고 해서 늙은 몸을 이끌고 이렇게 먼 길을 왔단다. 지금 나는 무척 배가 고픈데, 너희들이 먹을 것을 좀 갖다주지 않으련?"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계시면, 저희들이 먹을 것을 찾아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세 동물들은 각자 먹을 것을 찾아나섰다. 여우는 강가로 가서 잉어 한 마리를 잡아왔고, 원숭이는 숲속에서 여러 가지 과일을 따서 노인에게 주었다. 그러나 토끼만은 먹을 것을 찾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노인이 말했다.
"너희들 마음이 한결같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여우와 원숭이는 말한대로 먹을 것을 가져왔는데, 토끼는 그냥 빈손으로 돌아왔구나."
노인의 말을 들은 토끼는 매우 부끄러워하며 여우와 원숭이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가서 땔나무를 구해오렴. 그러면 노인에게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 드릴 수 있어."
잠시 후 여우와 원숭이는 땔나무를 잔뜩 구해가지고 돌아왔다. 그것들을 쌓아놓고 불을 붙이자 이내 땔나무는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다. 그때 토끼가 말했다.
"인자한 노인이시여, 저는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습니다. 이에 이 비천한 몸을 바쳐 노인장에게 공양하려고 합니다."
토끼는 말을 마치자마자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노인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불속에서 토끼의 뼈를 꺼내들고는 무척 감격해하며 여우와 원숭이에게 말했다.
"토끼의 행동은 정말 감동적인것이었다. 나는 토끼를 데리고 달로 가서 인간들이 영원히 토끼의 공덕을 기리게 할 참이다."
그래서 달에는 한 마리의 토끼가 살게 되었다고 한다.
<대당서역기>
예순세번째 이야기 - 화살의 비유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그때 마라구마라 존자는 조용한 곳에서 번뇌에 빠져 있었다. '이 세계는 영원한 것인가, 아닌가? 영혼과 몸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사람이 죽으면 내생이 있는가, 없는가?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단언을 내리신 적이 없다. 나는 이러한 문제가 궁금해 참지 못하겠다. 부처님께 직접 가서 물어보자. 만일 부처님께서 이에 대한 답을 해주시면 수행을 계속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수행을 단념하리라.'
마라구마라 존자는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 조용히 물러앉은 후 자기가 생각한 문제를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라구마라여,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사람이 전쟁터에 나가서 독화살을 맞았다고 하자. 이제 그 사람의 목숨은 경각에 달려 있다. 그런데 전우들이 바로 독화살을 뽑을 생각은 않고, 이 독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 이 독화살의 독은 무슨 종류인지, 또 독화살의 재료가 무엇인지를 알기 전에는 독화살을 뽑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독화살을 맞은 사람은 그 사이에 죽고 말 것이다. 네가 말한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한다 해도 현실의 생로병사를 막을 수 없는 법이다. 마라구마라여, 나는 말해야 할 것을 말하고 말해서는 안될 것을 말하지 않는다. 네가 제기한 문제는 인간의 인식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기에 어떤 방식으로도 논증할 수 없으므로 참된 의미를 갖지 못한 것이며, 또 수행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평생을 보낸다면 저 독화살을 맞은 사람처럼 끝내 치료를 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것과 같다. 나의 가르침은 현실의 생로병사를 제거하기 위함이지, 어떤 말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 마라구마라 존자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수행의 길을 계속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