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에서 천인과 용 그리고 귀신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그 나라에는 무수한 재물을 가진 한 장자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었다. 그 아들이 십이삼 세 쯤 되었을 때 그만 장자와 그 부인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자의 아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 집안을 다스리는 일을 알지 못했다. 당연히 몇 해 못가 유산을 모두 탕진하고 구걸로 연명하며 제 몸 하나도 건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 친구로서 역시 큰 부자였던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친구 아들이 거지가 된 모습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친구의 아들을 가엾게 여긴 그는 자신의 딸을 아내로 삼게 한 후 여러 가지 재물을 주고 살림을 차리게 했다. 그러나 그 거지였던 사내는 게으른 데다가 계획조차 없이 생활하는 바람에 얼마 못 가 또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말았다. 그래도 장자는 딸을 이미 시집보낸 터라 여러 번 도와주었지만 그 사내의 처지는 나아질 줄 몰랐다. 그래서 장자는 더 이상 가망이 없음을 알고 딸을 데리고 와 다른 집에 출가시키려고 친족들과 의논을 했다. 그 이야기를 우연히 엿들은 장자의 딸은 남편에게 가서 말했다.
"우리 집의 권세가 대단하니 반드시 저를 데려갈 것입니다. 이 일은 다 당신이 가정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한 탓이니, 이제 어찌 하시렵니까?"
아내의 말을 들은 남편은 부끄러워하며 혼자 생각해보았다. '나는 박복한 탓에 어려서 부모를 잃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이제 아내를 빼앗기고 또다시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구나. 하지만 이미 아내와 정이 든 지 오래인데, 어떻게 생이별을 하겠는가?' 남편은 마침내 독한 마음을 먹고 아내를 방안으로 데리고 가서 함께 죽자며 칼로 아내를 찌르고 자신도 자결해버렸다. 그 광경을 본 하녀가 대경실색하여 장자에게 달려가 알렸다. 깜짝 놀란 장자의 가족들이 달려와 보니 이미 두 부부가 죽었기에 시체를 수습하여 관에 넣고 장사를 치렀다. 그러나 장자의 가족들은 차마 딸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장자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서 중생들을 교화시키고 설법하고 계시는데, 부처님을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근심 걱정을 떨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장자는 가족들을 데리고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왜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차 있는가?"
"전 복이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출가한 딸이 무능한 남편을 만나 고생이 심하기에 도로 데려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위가 아내를 빼앗기기 싫어 딸을 죽이고 자기도 자결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장사를 치르고 이렇게 와서 부처님을 뵙는 것입니다."
"탐욕과 분노는 세상에 항상 존재하는 병이니라. 또 어리석음과 무지는 환난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삼계와 오도에 떨어져 무수한 세월 동안 생사를 전전하며 갖가지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니라. 그러면서도 뉘우칠 줄 모르니 하물며 어리석은 사람이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탐욕의 독은 일신과 가족을 망치게 하고 중생들까지 해치는데 하물며 그 부부라고 예외이겠는가?"
계속해서 부처님은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이 탐욕으로 몸을 묶어
피안으로 건너가지 않으려 한다.
재물과 애정에 눈 멀어
남도 해치고 자신도 해친다네.
애욕의 마음을 밭으로 삼고
음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종자로 삼는다네.
그러므로 생사를 넘어선 이에게 보시하면
무량한 복덕을 얻으리.
동료가 적은데 재물이 많으면
대상들은 두려워한다.
탐욕이란 도적은 목숨을 해치나니
지혜로운 이는 욕심을 버린다네."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장자는 기쁜 마음이 일어 근심 걱정을 떨치고 깨우침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