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왕의 명령을 받은 사신이 먼 지방에 다녀오게 되었다. 밤이 되자 그는 어느 빈 집에 묵게 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어디선가 한 귀신이 시체 하나를 메고 그 집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또 하나의 귀신이 들어오더니 먼저 온 귀신에게 욕을 해대는 것이었다.
"이 시체는 내 것인데, 왜 네가 둘러메고 가느냐?"
두 귀신은 시체를 놓고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먼저 온 귀신이 말했다.
"이 집에 우리말고 한 사람이 더 있으니, 그 사람에게 이 시체의 임자가 누구인지 물어보도록 하자."
그 말을 엿들은 사신은 덜덜 떨며 생각했다. '지금 두 귀신이 모두 흥분해 있으니 사실대로 이야기해도 죽을 것이고 거짓말을 해도 죽을 것이 눈에 보듯 뻔하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 망설이던 그 사람은 넌지시 이야기했다.
"이 시체는 먼저 온 귀신의 것이오."
뒤에 온 귀신은 그 말을 듣자마자 화를 벌컥 내며 그 사람의 팔을 뜯어 내버렸다. 그러자 먼저 온 귀신이 시체의 팔을 뜯어 그 사람에게 붙여주었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어 뒤에 온 귀신이 다리, 머리 등을 뜯어내면 곧 먼저 온 귀신이 시체에서 해당되는 부분을 뜯어 그 사람에게 붙여 주었다. 그러다가 두 귀신은 싸움에 지친 듯 시체의 나머지 부분을 먹고는 그 집을 떠나버렸다. 빈 집에 홀로 남겨진 그 사람은 번뇌에 빠졌다. '부모님이 낳아주신 내 몸은 이미 귀신들이 다 먹어버렸고, 나는 생면부지의 다른 사람 몸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는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고 말하면 생면부지의 몸이 있을 뿐이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 지금 여기에 있는 몸은 무엇으로 설명한단 말인가?' 그 사람은 괴로워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그는 길을 가다가 한 절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절로 들어가서 스님들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며 자신의 존재 여부를 물었다. 그러자 스님들이 물었다.
"당신은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오?"
"저도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스님들이 말했다.
"당신은 무아의 도리를 너무도 쉽게 깨달았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