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이 세상에 계실 때 욱가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매우 부자여서 천하절색의 처첩들을 여럿 거느리고 날이면 날마다 술과 여색에 빠져 살았다. 어느 날 욱가는 처첩들을 데리고 비사리 태자 소유의 숲에 가서 음주가무를 즐기다가 술을 많이 마신탓에 나무 아래 누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그때 부처님은 길을 지나가다가 그 모습을 보고 욱가를 제도할 인연이 있음을 알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나무 아래로 가서 가부좌를 한 채 광명선정에 들었다. 그러자 부처님의 몸에서 황금색의 찬란한 빛이 방출돼 욱가를 비추는 것이었다. 그때 욱가는 마치 더없이 감미로운 감로수를 마신 것처럼 단번에 술이 깨버렸다. 술이 깬 욱가는 그 빛을 따라 자기도 모르게 부처님에게 다가가 예배를 드렸다. 그러자 부처님은 광명선정에서 나와 욱가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사성제(사성제는 네 개의 가장 훌륭한 진리라는 뜻으로 가장 기본적인 불교 교설인 고, 집, 멸, 도를이르는 말이다)의 이치를 가르치셨다.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욱가는 매우 기뻐하며 다시 부처님께 절하며 말했다.
"위대하신 부처님에게 귀의합니다. 저는 앞으로 오계(오계는 재가 불자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이다. 첫째 산 목숨을 죽이지 말라. 둘째 도둑질 하지 말라. 셋째 음행하지 말라. 넷째 거짓말 하지 말라. 다섯째 술 마시지 말라)를 받아지녀 진정한 거사(거사는 보통 출가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서 불교에 귀의한 남자를 말한다)가 되겠습니다."
부처님은 욱가의 서원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후 욱가거사는 집으로 돌아와 여러 처첩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미 부처님 앞에서 계율을 지키기로 서원을 세웠고, 구분의 가르침을 받들기로 했다. 너희들 중에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함께 수행과 보시에 힘써 복을 쌓도록 하자. 원하지 않는 사람은 강요하지 않을 테니 본가로 돌아가도록 하라."
그때 욱가거사의 첫째 부인은 마음속에 두고 있는 남자가 있어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남의 부인이 되는 것도 허락하시겠습니까?"
이에 욱가거사는 그 사람을 오라고 한 후 말했다.
"이제 내 부인을 당신이 데리고 가도록 하시오."
그러자 그 사람은 못 믿겠다는 듯이 도리어 겁을 먹은 채 말했다.
"욱가거사, 지금은 이렇게 말해놓고 혹시 나중에 나를 죽이려 하는 게 아니오?"
"그럴 리가 있겠소? 나는 이미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을 하려고 결심했소. 부인과 당신은 이미 서로 좋아하는 사이니, 앞으로 좋은 부부의 연을 맺도록 하시오. 그리고 이 일에 대해 결코 후회하거나 번복하는 일이 없을 터이니 안심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