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사마천 사기 1 - 엄광용 엮음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혜 명인 40인의 성공처세학)
화는 곧 복이고, 주는 것이 받는 것이다 - 관중
"주는 것이 곧 받는 수단이 됩니다. 대왕께서 이번에 약속을 지킨다면 다른 제후들이 우러러보고, 제나라를 따를 것입니다. 그러면 천하는 곧 대왕의 손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포숙아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다. 재상이 되자 과연 관중의 재능은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관중의 정사는 나라 안팎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는 노인을 위로하고, 어린이를 소중히 생각하였다. 그리고 고아를 구제하였고, 병든 사람을 돌보았으며, 홀아비에게는 부인을 맞이하게 하였다. 또한 궁한 사람은 통하게 하였고, 배 고픈 사람은 끼니를 거르지 않게 하는 등 마치 햇빛이 온 천하를 골고루 비추듯이 정사를 돌보았다. 어느 날 관중이 제나라 환공에게 말하였다.
"우리 제나라는 작은 나라입니다. 또한 해변에 있어 가난하기 때문에, 해산물 교역에 중점을 두어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나라는 해산물 교역을 통하여 창고에 가득가득 곡물을 채웠다. 관중은 그가 쓴 저서 "관자"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특히 강조하였다.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게 되고, 옷과 음식이 넉넉해야 명예와 치욕을 알게 된다. 위에서 법도를 지켜야 부모형제와 처자도 친애, 단결하게 되고, 예의, 의리, 청렴, 치욕 등 네 가지를 지키지 않으면 나라는 드디어 멸망한다.'
관중의 이러한 정사 원칙에 따라 제나라는 혼란을 극복하고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따라서 높은 관리가 명령을 내리는 것이, 마치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민심에 순응하였다. 특히 관중은 화를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성공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정치는 사물의 무겁고 가벼움을 잘 파악하여, 그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을 근본 요체로 알고 있었다.
나라의 경제가 일어나고 정치가 안정되자, 관중은 강한 군대를 육성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환공이 뱃놀이를 할 때였다. 애첩 채희가 장난으로 배를 흔들어 환공을 희롱했다. 원래부터 물을 무서워한 환공은 배가 흔들리자 잔뜩 겁을 집어먹었고, 채희는 그것이 더욱 재미있어 계속 배를 흔들었다. 뱃놀이가 끝난 뒤에 환공은 화가 난 나머지 애첩 채희를 채나라로 쫓아버렸다. 그런데 채나라 왕은 제나라 환공에게서 채희가 쫓겨온 것을 분하게 여겨,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그녀를 다른 데로 시집보내 버렸다. 환공은 그것을 아주 괘씸하게 생각하였다.
"트집거리가 없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이 기회에 채나라를 치십시오."
관중이 환공에게 말했다.
"좋소. 나도 그러려던 참이오."
제나라 환공은 채나라를 정벌하였다.
"이제 채나라를 굴복시켰으니, 초나라를 치도록 하십시오."
관중이 말하였다.
"초나라에는 트집거리가 없질 않소?"
"제후로서 주왕실에 공물을 바쳐야 하는데, 초나라 왕이 오만하여 그것을 어기고 있습니다. 그것이 전쟁의 명분입니다."
환공은 관중의 말대로 초나라를 쳐서 굴복시켰다. 그러나 관중은 무작정 이웃 나라를 쳐서 정복하는 것만을 능사로 삼지는 않았다. 제나라가 노나라를 쳐서 여러 성을 빼앗았을 때였다. 노나라 장공을 따라온 장수 조말이 회맹의 자리에서 환공에게 칼을 들이대고, 그 동안 빼앗은 땅을 모조리 돌려달라고 요구하였다. 이때 환공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일단 위기를 모면한 후 환공이 조말을 죽이려고 하자 관중이 나서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약속대로 하십시오. 주는 것이 곧 받는 수단이 됩니다. 대왕께서 이번에 약속을 지킨다면 다른 제후들이 우러러 보고, 제나라를 따를 것입니다. 그러면 천하는 곧 대왕의 손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두고 화가 복으로 바뀐다고 하는 것입니다."
관중은 '전화위복'을 강조하여 환공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그리고 실제로 제나라 환공은 얼마 가지 않아 모든 제후들을 따르게 하여 천하의 패자로 군림하였다. 전에 관중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간청한 포숙아의 말은 맞아떨어졌으며, 그때 관중을 얻었기 때문에 환공은 마침내 천하를 호령하게 된 것이었다.
화복 : 베푸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라. 남에게 베풀면 베풀수록 오히려 더욱 빛나게 된다. 물질로 행복을 살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베푸는 것임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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