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13장 요정 및 기타
1. 님프 님프(Nymphs)는 '어여쁜 처녀', '새아씨'라는 뜻이며 신성 또는 반 신성을 가진 요정으로 신화에서는 흔히 제우스의 딸들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 사람은 특정한 자연 속 또는 자연현상 안에 이 님프가 산다고 믿었는데, 원래 토착화한 자연의 여신이며 불사신이거나 혹은 매우 장수하는 존재이다. 님프는 사랑에 잘 빠지고 신이나 인간과 빈번히 사랑하고 맺어져서 수많은 아이를 낳았다. 고대에는 님프가 발랄하고 아름다운 낭자로 묘사되었는데, 자주 신들 특히 판.헤르메스.아폴론.디오뉴소스.아르테미스 옆에 모여 있었고 또는 사튜로스나 실레노스와 같이 무리를 짓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남성 상대에 한 무리로 동반하고 다산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님프는 신화의 부수적 존재이며 후기의 요정은 친절하지만 때로는 잔혹하였다. 님프는 크게 나누어 나무 요정인 드류아데스, 나무에 살며 생을 같이하는 하마드류아데스, 우라노스의 거세된 남근 핏방울에서 태어난 물푸레나무 요정 멜리아스, 산의 요정 오레아데스, 물의 요정 나이아데스, 바다노인 네레우스의 딸들인 네레이데스, 오케아노스와 테튜스의 딸들인 오케아니데스, 그 외 모래, 목장, 샘 및 내의 요정 아니그리아데스 등 지리적 특징에 연유한 님프도 있다. 장소와 관련한 님프도 있는데 아케로이는 에피로스에서 영혼이 명계로 갈 때 건너가는 아케론 내의 님프다. 님프에서 유래된 단어로는 소음순(nympha), 여성의 색광(nymphmania) 같은 것이 있다.
플레이아데스 플레이아데스(Pleiades, Vergiliae)는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7자매로, 사후 별자리에 올라 황도 12궁의 황소자리 뿔 뒤에 위치하였다. 자매의 이름은 알큐오네, 메로페, 마이아, 엘렉트라, 타유게테, 스테로페, 켈라이노라 하였다. 이들은 모두 불사신인 신들과 결혼하였으나 단지 메로페만 시슈포스에게 출가하였다. 따라서 영생하지 못하는 배우자를 가진 메로페의 별빛은 희미하고 다른 자매들의 별보다 몽롱하다. 플레이아데스는 그리스어로 항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봄철 항해에 가장 쾌적할 때 이 별자리가 나타나기 때문이며, 플레이아데스의 또 다른 이름인 페르길리아이의 베르(ver)도 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7자매는 아비의 이름을 따서 달리 아틀란티데스라고도 불리며 아틀라스 소유의 정원에 유래하여 헤스페리데스라고도 한다. 그 외 이집트 왕 프톨레마이오스 2세(클레오파트라가 낳은 안토니우스의 아들) 시대에 알렉산드리아에서 활약한 7명의 시인을 플레이아데스라고 별칭하였는데 이들의 이름은 테오크리토스, 아라토스, 니칸드로스, 호메로스(기원전 263년 히에라폴리스 태생 시인), 아폴로니오스, 필리코스, 류코프론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화려한 물품 7개 한 벌도 플레이아데스라고 한다.
2. 이오 이오(Io)는 하신 이나코스 왕과 요정 멜리아의 딸이며 남자 동기로는 지상의 첫 인간으로서 펠라스기아의 시조가 된 포로네오스가 있다. 또 다른 설에 따르면 이아소스 혹은 피레네스의 딸이라고도 한다. 이오는 아르고스의 헤라 여신을 존숭하는 낭자였는데 제우스 신이 그녀의 미모에 매료되어 사랑에 빠졌다. 남편의 잦은 정사로 마음을 졸이던 헤라는 이번에는 상대가 자신의 여사제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제우스는 이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구름과 짙은 안개로 둘러싸인 컴컴한 속에서 사랑을 나누고 이오를 어린 암소로 변신시켜 놓았다. 평소 남편의 속임수를 훤히 알고 있던 헤라는 남편에게 다가가 겸손하게 어린 암소를 선물로 달라고 청하여, 빼어나게 귀여운 송아지를 얻은 후 백안 괴물 아르구스에게 그 감시를 명하였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오의 처지를 걱정한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보내 아르구스를 박살내고 그녀를 풀어주었다. 헤라는 아르구스의 눈을 걷어 공작새 깃털에 박아 놓고, 다시 자유의 몸이 된 이오에게 복수의 여신 푸리아이를 보내고, 혹은 더 알려진 설로는 지긋지긋한 벌레를 보내 계속 학대하였다. 이 때문에 등에(쇠파리)의 괴롭힘으로 미쳐 날뛰던 이오는 지상의 여러 곳을 헤매다니다 바다를 건너 마침내 나일 강 둑에 정착하였다. 이 때 이오가 건넌 바다를 이오니아해라 하며, 해협은 암소가 건넜다 하여 암소의 여울이라는 뜻을 가진 보스포로스로 부르게 되었다. 헤라가 보낸 등에의 등살에 계속 괴로움을 당하던 이오는 제우스에 의해 이 곳에서 다시 여인으로 원상 복구되어 사랑을 받고 아들 에파포스(신과 맞닿는다는 뜻)를 낳았다. 헤라는 쿠레테스를 보내 아이를 납치 시리아로 데려갔으나 제우스는 벼락으로 그들을 처치하고 뷰블로스 여왕이 보살펴 준 아들을 다시 되찾았다. 아들은 커서 이집트에 도시를 건설하고 도시 이름에 자신의 부인 이름을 붙여 멤피스(나일의 딸)라 하였다. 에파포스와 멤피스의 딸 리비아는 포세이돈과 맺어져 아이귭토스 및 다나오스의 어미가 되었고, 에파포스는 멤피스에서 존숭되었다. 이오는 그 후 이집트 왕 텔레고노스 혹은 일설에는 오시리스와 결혼하였고, 그 나라 사람들을 부드럽고 인간미 넘치는 온정으로 대하여 사후 이시스 여신으로 존숭되었다. 역사가 헤로도투스에 의하면 이오는 페니키아인이 납치해서 이집트 왕에게 팔았는데, 그 보복으로 그리스인은 페니키아의 왕녀 에우로파를 납치하였다 한다. 일설에는 이오는 이집트에 간 적이 전혀 없다고도 하고, 일명 이오를 포로니스라 부르는데 이는 펠로폰네소스를 지배한 포로네오스 왕의 자매이기 때문이라 한다.
3. 에우로파 에우로파(Europa, Europe)는 튜레 혹은 시돈의 페니키아 왕 아게노르와 텔레파사 또는 아르기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남자 동기로는 카드모스, 포이닉스 및 킬릭스 삼형제가 있다. 제우스는 아름다운 에우로파에 마음을 빼앗겨 스스로 흰소로 변신하고 아게노르 목장의 소떼 속에 같이 섞여 있다가 들판에서 꽃을 따던 공주와 시녀들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에우로파는 이 아름다운 흰소에 매혹당하여 애무를 하다가 용기를 내어 등에 타 보았다. 의도한 대로 그녀를 등에 태운 흰소는 해안 쪽으로 걸어가다 그대로 바다를 건너 크레타로 갔다. 여기서 제우스는 신으로 환원하여 고르친 샘터 근방에서 사랑을 나누고 그 사이에서 아들 미노스, 사르페돈 및 라다만토스를 낳았다. 그리고 그녀가 소를 타고 순행한 지역은 이후 에우로파로 불리게 되었다. 제우스는 그녀를 위하여 해안을 수비하는 청동거인 탈로스와 동물을 추격하면 어김없이 사냥하는 개, 틀림없이 맞히는 투창을 주었다. 그 후 에우로파는 크레타 왕 아스테리오스와 결혼하였으나 소생이 없었으므로 왕은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세 아이를 입양하고 친자식처럼 키웠다. 세 형제는 마음씨가 곧아 사후에는 하데스 나라 재판관이 되었다. 학자에 따라서는 에우로파가 산 연대를 기원전 1552년경으로 추측한다. 천문에서 에우로파는 목성의 제2위성이다. 한편 왕 아게노르는 아들 카드모스에게 자매 에우로파를 추적해서 데려오라고 명하고 만약 찾아오지 못하면 아예 돌아올 생각을 말라고 명하였다. 어미와 같이 트라키아 해안으로 해서 그리스의 섬에 갔을 때 어미가 별세하자 장례를 치른 후 자매를 수색하였으나 허사로 끝나 델포이로 가서 아폴로의 신탁을 받은 바, 수색을 중지하고 암소를 따라가서 정착하라고 하였다. 이에 소의 뒤를 따라가 소가 앉아서 쉬는 고장인 테베에서 갖은 어려움을 겪은 끝에 도시를 건설하고 정착하였다. 이후 그는 이 그리스 땅에 페니키아 무역인이 사용하던 알파벳을 들여와 널리 보급시켜 그리스 세계에서 무한한 찬양을 받았다.
4. 파이논 파이논(Phaenon)은 프로메테우스가 만든 젊은이로 뛰어난 용모를 갖고 있었다. 원래 흙으로 빚어 만든 사람은 제우스 신에게 제시하여 인준을 받아야 했으나 미소년에 대한 제우스의 변태성 기호를 알고 있던 프로메테우스는 그 동안 만든 어느 작품보다도 월등히 우아한 파이논을 그대로 두었다. 에로스는 이 사실을 제우스에게 알렸고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급히 보내어 소년을 데려오라고 분부하였다. 교섭의 어려움을 안 헤르메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영생의 혜택이 부여될 것을 전해 설득하고 소년을 천상으로 데려가는 데 성공하였다. 천문에서는 파이논 행성이 되고 그후 유피테르라 부르게 되는데 일부 설에서는 토성이 되었다 하고, 딴 사람은 이 별을 파에톤이라고 한다. 파이논의 이야기는 서기 1세기 초 휴기누스의 '포이티카 아스트로노미카'에서 나온 것이다.
5. 아마존 아마존(Amazon)은 군신 아레스와 요정 하르모니아를 조상으로 하는 여전사로 구성된 여인족이며 현재는 그 왕국(카우카소스, 스큐디아 혹은 트라키아 북방 등)이 어디에 있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여자들만으로 구성된 나라라 다른 나라 남자와 교합하여 아이를 낳지만 남아는 내버리든가 노예로 삼고 여자만 키웠다. 아마존이란 '유방이 없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이는 여전사족이 활쏘기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오른쪽 유방은 제거하였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서 전투와 수렵을 좋아하는 부족으로 나오는 이들은 탁월한 궁술과 기마술을 지녔으며 반원형 방패와 창과 도끼를 잘 쓰는 것으로 이름을 떨쳤다. '일리아드'에서는 베렐로폰과 프리아모스가 이 나라를 공격하였고, 아마존족은 그 후 아레스와 오트레레의 딸인 여왕 펜테실레이아의 통솔하에 트로이를 지원하나 여왕은 아킬레스에게 우측 유방부를 찔려 죽고 말았다. 아킬레스는 죽은 그녀의 미모에 마음이 혹해 사랑에 빠졌다고도 전한다. 헤라클레스는 에우류스테스의 지시로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가지러 갔는데, 테세우스가 여기에 동행하였다고도 하고 후에 테세우스 자신이 여인의 나라를 침공하여 여왕 히폴류타를 포로로 끌고 왔다고도 한다. 아마존족은 그 보복으로 아티카에 내습하여 아레오파고스 언덕에 진을 치고 격전을 벌였으나 패하였다. 그 후 이 패한 날이 보이드로미아 축제일이 되었다. 아마존의 수호신은 수렵의 여신 아르테미스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전설에는 디오뉴소스도 아마존 원정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레이브스의 주장에 따르면 아마존은 달의 여신을 모시는 여사제에게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은 무기를 지니고 그리스 나라로 들어오는 새로운 신과 도래인들에게 대항하였다. 헤로도토스는 아마존족과 스키타이족이 결혼하여 사우로마티아인이 되고 흑해 북쪽 연안에 정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람들은 타민족 사이에서도 가장 교류가 없던 고립된 사람들이었으나 말의 발굽으로 만든 갑옷 가슴받이는 일품으로 신전의 봉납품 중에서 최상품의 하나로 손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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