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 6장 제우스의 아들과 딸
1. 아폴론 아폴론(Apollon, Apollo)은 예언.의술.음악.궁술의 신이자, 소때와 양떼를 보호하는 가축신, 이리를 다스리는 신, 농산물 증산에 피해를 주는 들쥐를 다루는 신이자 또한 집 앞뜰에 돌기둥을 세워 가정을 수호하는 신으로 숭배하였다. 서기 6세기에 와서는 광명의 신으로 추앙받게 되지만 태양신과는 다르다 그 외에 아폴론은 속죄 또는 보상의 신이도 하며 화살은 질병과 죽음을 가져왔다.
아폴론은 항상 젊고 현명하며 늠름하고 우아한 그리스 으뜸의 신이었다. 이집트 신 호루스나 인도 신 라마에 대응하는 신이면서 동시에 매우 그리스적인 신이지만 올림포스 신족에는 늦게 참여하였다. 전원적 성품으로 보아 아폴론의 원천은 인도 유럽인의 이동시기에 그리스로 유입된 종교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신탁을 내리는 신으로서 존경받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폴론은 거짓과 어둠은 아예 없는 진실과 밝음만 풍기는 신이자 델포이 신전의 신탁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신앙상으로나 통치상으로 그리스 세계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신분이나 지위의 고하를 불문하고 혈족 간의 불화나 복수는 반드시 신탁에 따라야 하며 범죄는 반드시 속죄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였다. 이에 따라 신전이나 신탁소가 여러 곳에 생겨났는데 델포이와 델로스 신전을 위시하여 클라로스, 테네도스, 큐라 및 파타라에도 이름난 아폴론의 신탁소가 있었다.
[마르슈아스와 연주 대결을 벌이는 아폴론]
아폴론의 예능은 신의 경지에 달하고 특히 수금(하프) 연주는 절묘하였다. 한 번은 피리연주라면 자신에 필적할 상대가 없다고 자랑하는 마르슈아스의 도전을 받아 수금연주로 경연을 벌인 적이 있었다. 도저히 우열을 가릴 수 없게 되자 아폴론은 악기를 거꾸로 연주하여 실력을 겨룰 것을 제안하여 결국 마르슈아스를 물리쳤다. 그리고 연주에 진 마르슈아스를 소나무에 묶고 피부를 벗겨 참혹하게 죽였다. 이에 사람들은 마르슈아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옆에 흐르는 개울에 그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아폴론은 신들의 음악 경연에서도 판을 물리쳐 음악의 신으로 인정받았는데, 이 때 이 곳에 온 미다스 왕이 공정한 판정이 아니라고 참견하자 화가 나 미다스의 두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들어 버렸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아폴론은 제우스와 레토(티탄족 포이베와 키이오스의 딸)의 아들이라 한다. 레토는 헤라의 눈을 피해 제우스와 메추라기(Quail)로 화신하여 어울려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는데 이를 알게 된 헤라는 질투로 튜폰이라는 용을 시켜 레토를 괴롭히고 온 세계는 후환이 두려워 레토에게 아기 낳을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자매 아스테리아가 살고 있어서 그 도움으로 아르테미스를 낳았다. 레토는 다시 바다에 떠 있는 옆 섬으로 건너가 아폴론을 낳기 위해 아홉 밤낮을 진통하였지만 아기를 낳지 못하였다. 헤라가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튜이아를 올림포스에 붙들고 놔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림포스의 여신들, 특히 레토와 친분이 두터웠던 아테나는 헤라로부터 출산 승인을 얻고자 의논 끝에 이리스를 헤라에게 보내 환심용 황금에 호박을 박은 9큐빗짜리 목걸이를 진상케 하였다. 과연 이 큰 선물을 받은 헤라는 노여움을 가라앉혔고 에일레이튜이아를 레토가 있는 곳으로 가게 하였다. 출산의 여신이 나타나자 드디어 레토는 아폴론을 낳았고 아기가 태어나는 동안 성스러운 백조가 섬 주위를 일곱 바퀴나 돌며 날았다. 아기가 태어난 후 이 섬은 고정되어 그 이름을 델로스(찬란하게 빛나는 섬)라 하게 되었다. 아기 아폴론은 테미스 여신이 암브로스아와 넥타르로 양육하여 4일 만에 성인으로 성장하였다.
[아폴론은 퓨톤을 퇴치하고 그곳을 정복하여 신탁소를 세웠다. 신탁을 맡아보는 무녀는 피티아라고 이름지었다.]
성장 후 아폴론은 먼저 방황하던 레토를 괴롭힌 퓨톤(배우자는 델프네)을 처치하기 위해 그녀를 찾아나섰다. 마침내 행패를 심하게 부리는 퓨톤을 파르나소스 산 마르에서 찾아낸 아폴론이 활 시위를 당겼고, 큰 부상을 입음 퓨톤은 대지의 여신을 모신 델포이 성역으로 도망하였다. 이를 추격한 아폴론은 신탁의 영감을 얻는 갈라진 지층 틈에서 퓨톤을 죽였는데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신전을 더럽혔기 때문에 여신으로부터 그 죄값을 요구받았다. 제우스는 아들 아폴론은 테살리아의 사원으로 보내 제사를 올리고 속죄를 시켰다. 그 후 퓨톤의 넋을 진정시키고 아폴론의 승리를 기념하는 퓨티아 경기를 델포이에서 열도록 하였다. 아폴론은 델포이로 돌아와 자신의 상징으로 삼각대를 신전에 바치고 신전과 신탁에 종사하는 여사제를 자신에세 속하도록 하였다. 온 주민은 행패가 심하던 괴물을 퇴치한 아폴론을 퓨티오스라는 존칭으로 부르고 매년 아폴론의 왕림을 찬송하는 찬가(Paean)를 부르며 축제를 열었다.
예언의 신으로서 아폴론의 내력은 아주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그리스 세계보다 훨씬 먼 북방민족에게서 시작하며 그리스로 와서도 신탁은 아폴론의 특권으로 된 듯하다. 류카이오스라는 별칭도 북방의 정토 주민과 연관성을 가진 '이리'를 의미하는데 이리떼를 다스리는 신은 목축하는 사람이 항상 두려워하고 숭배하는 존재였다. 어쩌다 신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이리떼를 막아 주기는커녕 도리어 화를 입히는 일까지 있다. 북방유민은 이 아폴론 신에게 제를 올리고 매년 보리이삭을 델로스 신전에 바쳤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맞은 편에는 페이디아스가 만든 '아폴로 파르노피오스상'이라는 청동조상이 있었는데, 메뚜기라는 뜻을 가진 파르노피오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테네의 농토를 망치는 메뚜기떼를 없애는 영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폴론이 어떠한 방법으로 이 메뚜기떼를 퇴치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나타나 있지 않다. 단 파우사니아스는 세 번이나 시퓰로스 산에서 몰려온 메뚜기떼가 전멸하는 것을 보았는데, 첫 번째는 강풍, 두 번째는 비 온다음에 나타난 맹렬한 더위, 세 번째는 때아닌 추위 때문이었다고 하며 매번 양상이 다름을 회상하였다.
아폴론은 결혼에 묶여 지내는 것을 싫어 하였으나 연애상대는 많아 레우코토에, 다프네, 이세, 카스탈리아, 코로니스, 클류메네, 큐레네, 키오네, 아카칼리스, 칼리오페 등의 요정이나 인간 여인과 사랑을 하였다. 코로니스 공주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료의 신이 되었는데 그가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자 벼락을 제공한 큐클로페스를 죽여 버렸다. 이로 인해 신격을 박탈당한 아폴론은 아드메토스 왕의 양치기가 되어 9년간 속죄하였으며 그 동안 양치기의 신으로 이름이 났다. 하신 페네이오스의 딸 다프네가 자신을 사랑하여 뒤쫓는 아폴론을 거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다프네의 비명과 애원을 들은 그 아비가 딸을 월계수로 화신시킨 것이 그것이다. 아폴론은 이 다프네를 못있어 후에 월계수 가지를 승리자의 영예의 상징으로 쓰게 하였는데 이것이 월계관의 유래가 되었다. 요정 카스탈리아는 아폴론의 사랑에 쫓겨 연못에 몸을 던지고 델포이의 성스러운 연못이 되었다. 휴아킨토스는 아폴론이 매우 아꼈던 미소년으로 잘못 던진 원반에 맞아 죽자 그 핏방울에서 히아신스 꽃이 피어나게 하였다. 또한 큐파리소스가 길들인 신성한 사슴을 실수로 죽게 한 데 대해 너무 비통해 한 나머지 자살하려 하자 슬픔의 나무인 삼나무(Cypress)로 화신시켰다.
달리기 경주에서 아비를 제친 이다 청년과 결혼한 마르페사는 딸 클레오파트라를 두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였다. 그런데 아폴론이 이 마르페사에게 연정을 품어 납치하자 격분한 남편이 활 시위를 당긴 채 뒤쫓아갔다. 제우스는 아폴론과 이다를 떼어 놓고 마르페사에게 두 여인 중 신뢰하는 쪽을 택하라고 하자 그녀는 남편 쪽을 택하였다. 아폴론은 에트루리아인이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모셔와 로마에 정착시켰는데, 처음에는 의료의 신으로 받들어지다가 두 나라의 교류로 예언의 신이 되었고 쿠마이의 시뷸레는 아폴론 신전의 여사제가 되었다. 기원전 433년 역병이 돈 다음 로마에 아폴론 사원이 세워졌고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서기 14) 황제는 악티움 해전(안토니우스.클레오파트라 군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자 로마 시내의 팔라티네 언덕에 장엄한 아폴론 사원을 세워 자신의 수호신으로 모셨다. 로마에서는 아폴론만큼 매력 있고 영감을 느끼게 하는 신이 없었기 때문에 아폴론은 그리스 세계와 로마에서 보편성을 가진 신으로 되었으며 또한 모라에는 비슷한 신이 없어 아폴론이라는 이름도 그대로 보전하였다.
아폴론 신에게는 공양물로 월계수, 올리브, 야자(종려), 그리핀, 닭, 메뚜기, 이리, 까마귀, 백조, 매 등이 바쳐졌다. 또한 노래와 음악을 전수한 신으로서 수금을 가진 상과, 궁신으로 활을 지닌 조각상이 많다. 로도스에 세워진 거대한 콜로소스는 헬리오스의 동상인데 아폴론상으로 와전되어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또한 악티움 산에 서 있는 아폴론 상은 바다 멀리에서도 볼 수 있어 위험한 해변의 암초를 피해 항해하는 뱃사람들의 지표로 유명하다.
[고대에 번성한 항구였던 로데스섬 입구에는 105피트에 이르는 콜로소스 상이 세워져 있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손꼽히는 조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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