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3장 그리스의 태초 신들
5. 아이아코스 아이아코스(Aeacus)는 제우스와 아소포스의 딸 아이기나 사이에 난 아들이다. 오이노피아 섬의 왕으로 섬 이름을 어머니 이름을 따서 아이기나로 바꾸었다. 그런데 섬에 질병이 돌아 섬 사람들이 모두 멸망하게 되자 제우스 신에게 자기 영토에 다시 사람이 늘게 해주기를 탄원하였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져 소원대로 참나무 고목에 있는 수많은 개미가 모두 사람으로 변하였다. 이들 족속을 개미족이라는 뜻의 뮤르미돈족이라 부르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아내 엔데이스와의 사이에서 델라몬(살라미스의 왕으로 테우케로와 아옉스의 아버지)과 펠레우스(아킬레스의 아버지)를 두었으며 그 외 네레이데스의 처녀 프사마테로부터 아들 포코스를 얻었다. 아이아코스는 성실한 성품을 지녀 옛 그리스 세계에서는 미노스, 라다만 토스와 더불어 지하계의 재판관으로 추앙받았다.
6. 튜폰 튜폰(Typhon, Typheus)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타르타로스의 교합으로 실리시아의 동굴에서 태어난 전무후무한 괴물이다. 그는 거인족을 멸망시켜 신권 장악에 성공한 제우스의 세력을 꺾기 위하여 도전하는데, 이는 가이아가 자신의 아이들인 거인족이 패망한 데 분개하여 제우스에게 보복을 하도록 보낸 것이었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튜폰은 뇌성과 흰 머리를 지닌 괴물이었지만 제우스가 벼락으로 공격을 퍼부어 타르타로스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다른 주장에 의하면 제우스와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아 처음에는 제우스에게 패하여 동방으로 도망쳤으나 시리아 경계에서 반격을 가하여 도리어 제우스를 사로잡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제우스의 칼(우라노스를 거세한 반달형 낫)을 빼앗아 제우스 손발의 건을 잘라 힘을 못쓰게 만들고는 절망적인 제우스를 실리시아 산속 동굴로 떠밀어 넣었다. 참혹하게 패배한 제우스는 마침내 소식을 듣고 찾아온 헤르메스와 판의 도움으로 잘린 건을 다시 훔쳐와 복원시키고 올림포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튜폰과의 싸움을 계속하였다. 이 때 튜폰은 뉴사산에 있었는데, 운명의 여신 파테스는 하루살이 곤충이 먹는 물기 많은 열매가 힘을 기르는데 효과가 있다고 속여 튜폰에게 권하였다. 이 열매는 죽음을 면치 못하는 인간의 음식으로 먹으면 허약해지는 것이었다. 튜폰은 트라키아의 하이모스 산에서 제우스와 최후의 격전을 벌였으나 큰 상처를 입어 그의 피가 온산의 계곡을 넘쳐 흐르니 이에 연우하여 이 산을 피의 산으로 부르게 되었다. 승자가 된 제우스는 시칠리아로 패주한 튜폰을 마지막으로 에트나 산으로 덮어 눌러 처치하였다. 지금도 산이 들먹거리고 연기를 뿜으며 화산이 터지고 있는 것은 튜폰이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튜폰의 형상은 날개가 달린 거대한 괴물로 허리 위는 사람 모양, 그 아래는 두 개의 용 꼬리로 되어 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튜폰은 상체 세 개가 하나의 허리에 붙어 있는 괴물로 묘사되어 있으며, 날개와 용 혹은 뱀꼬리가 달려 있다. 상징적으로 물과 이삭 및 새를 들고 있으며 청색 머리(중간은 회색 머리)와 청색 수염(콧수염과 구레나룻)이 특이하다.
[기원전 550년 전 물병에서 발견된 제우스와 튜폰 문양]
7. 프로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란 선견자라는 뜻이다.이아페토스와 오케아노스의 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며, 에피메테오스와 아틀라스 및 거만하고 잔인하여 제우스에 의해 타르타로스로 내던져진 메노이티오스는 모두 친동기간이다. 프로메테우스는 크로노스와 제우스 부자 간에 벌어진 대격전에서 현명한 제우스에 가담하여 승리를 이끌어 내게함으로써 제우스에게 가장 신임받는 측근이 되었다. 또한 그는 보이오티아 지방 파노페아에서 흙으로 빚은 물건에 아테나로 하여금 생기를 불어넣게 하여 인간을 창조하였다. 그러나 더 널리 알려진 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이미 그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고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천상에 불을 훔쳐와 인간에게 주었으며, 신에게는 항상 좋은 고기를 바쳐야 하는데도 황소를 잡아 비계 덩어리를 제우스에게 보내고 살코기를 넣은 위 뭉치는 사람에게 보내었다. 이것이 결국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서 카우카소스 산꼭대기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찍히게 되었다. 후에 그는 테티스의 아이가 앞으로 천상을 황폐화시키고 대신의 자리를 찬탈할 것이라는 예언을 해준 대가로 제우스로부터 풀려나게 되었다. 이처럼 프로메테우스는 항상 인간을 보호하고 짐승보다 나은 생활을 하도록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으며 특히 도공을 도와주어 아테네 사람들에게 크게 존경을 받았다. 천문에서 이아페토스는 토성의 제2위성이다.
[제우스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오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으로 에피메테오스(Epimetheus)는 후각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판도라와 결혼하여 딸 퓨라를 두었다. 퓨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아들 데우칼리온과 결혼하였고 제우스가 내린 대홍수에서 살아남았다.
아틀라스
짊지는 자라는 뜻의 아틀라스(Atlas)는 이아페토스와 테미스의 아들로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오스와는 형제간이다. 원래는 천공의 기둥을 보호하는 감시자인데 티탄족의 내란 때 제우스에 항거한 죄로 천공을 양 어깨에 짊어지게 되었다. 헤라클레스가 헤스페리데스의 사과를 찾아다닐 때 아틀라스 대신 천공을 짊어지고 이 사과를 얻었는데, 천공을 그대로 떠맡기려 한 아틀라스에게 천공을 고쳐 짊어지게 도와달라고 꾀어 다시 떠넘겼다. 후기에는 페르세우스가 고르곤의 머리를 보여 아틀라스를 돌로 변화시켰다고 한다. 대서양은 아프리카 북단의 아틀라스 산맥이 하늘을 떠받쳐 푸른 바다가 되었다고 하여 아틀란틱 해라 부르게 되었다. 해부학에서는 머리를 받치고 있는 제 1경추를 아틀라스라고 하는데 이는 천공을 메고 있는 아틀라스에서 연상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판도라
[그리스어로 '모든 선물을 받은 여자'라는 뜻]
판도라(Pandora)는 인간세계의 첫 여인으로, 천상의 제우스 신이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흙으로 여신처럼 빚어내어 매우 아름답고 우아한 용모를 갖추었다. 제우스는 당시 신들에게 불경하고 술수를 쓰는 프로메테우스를 벌주기 위하여 그녀를 배우자로 주고자 하였다. 모든 신은 판도라가 교양을 지니도록 기여하고 선물을 주었는데, 특히 아프로디테는 여성미와 상대를 기쁘게 하는 기교를, 카리테스는 매혹적인 능력을, 아폴론은 노래부르는 법을, 헤르메스는 애교의 기량을, 아테나는 최고로 값나가는 찬란한 장신구를 주었다. 판도라라는 이름은 이처럼 모든 신에게서 귀한 선물을 받았다고 하여 붙여진 것으로, 제우스는 후에 그녀에게 아름다운 상자를 주며 결혼 상대자에 주라고 지시하였다. 프로메테우스는 흙을 빚어 만든 인간에게 생활할 능력을 주기 위하여 천공에서 태양의 불을 훔쳐다 준 일이 있어 신들의 노여움을 사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헤르메스가 판도라를 이 프로메테우스에게 데려왔다. 그러나 속임수에 민감하고 제우스를 비롯한 모든 신을 믿지 않았던 프로메테우스는 그녀에게 매혹당해 고민하게 되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거절하였다. 반면 그의 동생 에피메테오스는 형과는 달리 영특한 데가 없고 신중하지도 않아 형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판도라와 결혼하였다. 과연 제우스가 준 선물상자를 궁금하게 여긴 판도라가 급기야 선물상자를 열어보니 거기에서 모든 병과 재앙의 불씨가 튀어나와 온 인간 세상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이 순간부터 인간세상은 끊임없이 치명적인 재앙과 고난에 시달리게 된다. 판도라는 황급히 뚜껑을 닫았지만 안에 든 것은 다 빠져 나가 버리고, 단 하나 희망만이 상자 밑바닥에 남아 인간이 고난에 빠질 때마다 힘이 되어 고통을 줄이고 갈등과 슬픔을 덜어주었다. 일설에는 역설적으로 희망도 악한 것으로 보는데 그것을 절망상태에서도 요행에 매혹되는 도박심리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