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무귀*가 여상*의 주선으로 위무후를 만났다. 무후가 위로하며 말했다. "선생은 피곤한 것 같소. 산림의 노고 때문에 나를 찾아온 것 같구려." 서무귀가 대답했다. "제가 임금을 위로하려고 왔습니다. 임금께서 어찌 저를 위로하겠습니까? 임금은 욕망을 차게 하고 호오를 조장하기 때문에 본성이 자연히 병듭니다. 그렇다고 욕망을 버리고 호오의 감정을 버리시면 눈과 귀가 병듭니다. 그러니 제가 임금을 위로할 수는 있어도, 임금께서 어떻게 저를 위로하실 수 있겠습니까?" 무후가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대꾸를 못했다. 잠시 후 서무귀가 말했다. "시험 삼아 임금께 개의 상을 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하급은 배만 부르면 끝나니 마치 살쾡이와 같고, 중급은 마치 해를 노리는 듯하고, 상급은 마치 그 몸이 없는 것처럼 합니다. 제가 말의 상을 보건대 곧장 달리는 것은 마치 먹줄을 친 듯하고, 돌 때에는 그림쇠 같으며, 모로 뛸 때에는 곡척과 같고, 원으로 뛸 때에는 그림쇠 같으면 국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천하의 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합니다. 천하의 말은 타고난 소질이 있어서, 보기에는 멍청하고 마치 자기 몸을 잊은 듯하지만 일단 달리면 빠르기가 말할 수 없어, 그 있는 곳을 알 수조차 없을 지경입니다." 무후는 매우 기뻐하며 웃었다.
* 서무귀 : 위나라의 덕 있는 은자. * 여상 : 위나라의 대신. * 국마 : 한나라의 말, 즉 '나라 안에서 가장 뛰어난 말'이라는 뜻이다.
************************************************************************************ 서무귀가 여상의 주선으로 위무후를 만났다. 무후는 그를 보자 이렇게 말했다.
"선생은 몹시 피곤해 보이는구려. 산속의 생활에 시달린 나머지 일부러 나를 찾아오신 것 같소." "그게 아닙니다. 저야말로 임금을 위로해드릴까 하고 찾아왔습니다. 임금께서 저를 위로하신다니 말도 안 됩니다. 임금께서 권세를 쥐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권세를 쥐면 자연 좋고 싫은 것이 뚜렷해지며, 그로 인해 본성을 손상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욕망을 억제해 좋고 싫은 것을 가리지 않으시면 관능의 즐거움이 사라져, 눈과 귀와 온갖 감각기관이 못 쓰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제가 임금을 위로해드릴 수는 있을지언정 임금께서 저를 위로하시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무후는 할 말을 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제가 개를 감정하는 법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개에게는 상중하의 세 등급이 있습니다. 하치의 개는 먹을 것만 생기면 정신없이 퍼먹어 배가 불러야 끝을 냅니다. 따라서 살쾡이나 다름없습니다. 중치쯤 되면 마치 해라도 노리듯이 기개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상등의 개가 되면 자기 몸조차 잊어버린 듯이 보이는 것입니다. 또 제가 개를 식별하는 것은 말의 감정법보다는 못합니다. 곧장 달릴 때는 마치 먹줄을 친 듯 바르고, 빙글빙글 돌 때에는 그림쇠를 댄 듯하고, 방형으로 나갈 때는 곡척을 댄 듯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말은 나라의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도 천하의 명마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천하의 명마란 타고난 소질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서, 얼핏보기에는 멍청하여 어디 하나 쓸모가 없어 보이며, 제 몸뚱이마저 잊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 말이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그 빠르기가 어디를 가는지조차 모를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