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 북쪽의 현수 가에서 놀다가 은분이란 언덕에 올랐을 때, 우연히 무위위를 만났다. 지가 무위위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소.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헤아려야 도를 알 수 있소? 어디에 살고 어떤 일을 해야 도에 안주할 수 있소? 무엇을 따르고 무엇에 말미암아야 도를 얻을 수 있소?" 세 번 물었으나 무위위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답을 몰랐다. 지는 묻지 못하고 백수의 남쪽으로 돌아왔다. 호결이란 언덕에 올라 광굴을 만났다. 지가 그말을 광굴에게 물었더니 광굴은 말했다. "아, 내가 알고 있소. 당신에게 말해주겠소." 말하려는 참에 그 말할 것을 잊어버렸다. 지가 대답을 얻지 못하고 제궁에 돌아가 황제를 보고 물었다. 황제는 대답했다. "생각하지 않고 헤아리지 않는 것이 도를 아는 첫걸음이오. 아무데도 거처하지 않고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이 도에 안주하는 첫걸음이며, 또 아무것도 따르지 않고 아무것에도 말미암지 않는 것이 도를 얻는 첫걸음이오." 지는 황제에게 물었다. "나와 당신은 이를 알고 저들은 모르오. 누가 올바르겠소?" 황제는 대답하였다. "무위위가 진실로 바르고 광굴은 비슷하며, 나와 당신은 끝내 가깝지 않소. 무릇 지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모르는 사람이오. 그 때문에 성인은 말하니 않고 가르치는 것이오."
* 지 : '지식'이라는 추상 개념을 의인화한 것으로 이 편에 나오는 현수, 은분, 무위위, 백수, 호결, 광굴, 제궁, 황제 등을 모두 이와 같은 표현이다.
************************************************************************************ 언젠가 지가 북쪽 현수 가에서 놀 때, 은분이라는 언덕에서 우연히 무위위와 만났다. 지는 무위위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헤아리면 도를 알 수 있겠소? 어떤 곳에 살면서 어떤 일을 해야 도에 안주할 수 있겠소? 무엇을 따르고 무엇에 말미암아야 도를 얻을 수 있겠소?"
지가 세 번이나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였지만 무위위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위위는 답을 몰랐다. 지는 더 묻지 못하고 백수의 남쪽으로 돌아와 호결이라는 산에 올랐다. 거기서 광굴을 만나자 지는 광굴에게 같은 말을 물었다.
"그건 내가 알고 있소. 내가 가르쳐드리리다."
그는 말을 꺼내려다가 문득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잊어버려서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지는 광굴에게도 대답을 얻지 못한 채 제궁으로 돌아가 황제에게 물어보았다. 황제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아무것도 헤아리지 않아야 도를 알 수 있소. 아무데에도 살지 않고 하는 바가 없어야 도에 안주하여 편안해지오. 따르는 것이 없고 말미암은 것이 없어야 도를 얻는 것이오."
지는 다시 황제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과 나는 도에 대해 아는 것이지만 저 무위위와 광굴은 모르는 것이 되오. 과연 어느 쪽이 정말로 아는 것이 되겠소?"
황제가 대답했다.
"무위위야말로 진정 도를 아는 사람이며, 광굴은 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소. 하지만 나나 당신은 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오. 예부터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그것을 모르는 자라고 했소. 그러므로 성인은 말없는 가르침을 행하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