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방*이 위문후를 모신 자리에서 여러 번 계공을 칭찬하였다. 문후가 물었다. "계공은 선생의 스승이오?" 자방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 마을 사람입니다. 도를 자주 말하기에 무택*이 칭송하는 것입니다." 문후가 물었다. "그러면 선생은 스승이 없소?" 자방이 대답했다. "있습니다." "선생의 스승은 누구요?" 자방이 말했다. "동곽순자입니다." 문후가 물었다. "그러면 선생은 왜 여태 그를 칭찬하지 않았소?" 자방이 대답했다. "그 사람됨이 진실하여 사람의 모양을 하였으나 하늘처럼 텅 비어있고, 자연을 따름으로써 천진을 보전하며, 맑은 마음으로 만물을 안고 있습니다. 무도한 것에는 바른 얼굴로 뉘우치게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나쁜 것을 없앱니다. 제가 어떻게 족히 그를 칭찬할 수 있겠습니까?" 자방이 나가자 문후는 멍하니 종일토록 말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앞에 서 있는 신하들을 불러 말했다. "멀구나, 완전한 덕의 군자와는, 처음에 나는 성인이나 지자의 말과 인의의 행동을 지극한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자방의 스승 이야기를 들으니 내 형체가 풀어져 움직일 마음이 생기지 않고, 입은 닫혀져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내가 배운 것은 바로 토경*과 같은 것이었다. 위나라도 나에게는 누가 될 뿐이다."
* 잔자방 : 이름은 무택, 자는 자방. 공자의 제자인 자하에 이어 문후의 스승이 되었다. * 무택 : 전자방 자신을 가리킨다. * 토경 : 흙으로 만든 인형. 토우.
************************************************************************************ 전자방이 위문후를 모시고 앉은 자리에서 자주 계공을 칭찬하자 위문후가 물었다.
"계공은 선생의 스승이오?" "아닙니다. 저와 한마을 사람인데, 자주 도에 합당한 말을 하므로 제가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선생에게도 스승이 계시오?" "네, 계십니다." "선생의 스승은 누구요?" "동곽순자라 합니다." "그런데 선생은 왜 한 번도 그분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시오?" "그 분의 사람됨은 진실 그 자체입니다. 비록 외모는 사람과 같지만 정신은 자연과 일체가 되어 있습니다. 자연에 순응하여 진실을 보존하고, 밝은 마음으로 만물을 포용합니다. 무도한 사람에게는 엄격한 태도를 취해 그 잘못을 깨닫게 하고, 나쁜 사람을 대하면 그 사악한 마음을 없애줍니다. 그런 분을 제가 어떻게 다 말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자방이 물러간 뒤에 문후는 멍하니 앉아서 온종일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시립한 신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덕을 완전히 갖춘 군자와는 거리가 멀구나. 나는 처음에는 성인이나 지자의 말과 인의의 행동을 최고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방의 스승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온몸이 나른해져서 꼼짝할 수도 없고, 입은 닫혀져 말하기도 귀찮아졌다. 아마도 내가 배운 것은 토우와 같은 게 아닐까? 이 나라조차 내게는 번거로운 방해물밖에 안 된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