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오*가 광접여를 만났다. 광접여가 물었다. "일중시가 네게 뭐라고 하더냐?" 견오가 대답했다. "제게, '임금 된 사람이 몸으로써 경식*과 의도를 나타낸다면 누가 감히 듣고도 화하지 않겠느냐.'라고 하였습니다." 접여가 말했다. "그것은 덕을 속이는 짓이다. 천하를 그렇게 다스리는 것은 개천을 파서 바다를 끌어들이고, 모기로 하여금 산을 지게 하는 것과 같다. 성인의 다스림이 어찌 밖을 다스리겠느냐? 바르게 한 뒤에 행하고, 확고하게 일을 할 뿐이다. 새는 높이 날아 주살에 다칠 일을 피하고, 생쥐는 신단 밑에 깊이 구멍을 뚫어 불을 때거나 파헤쳐질 걱정을 던다. 그런데 사람이 어찌 그 벌레들보다 무지할 수 있겠느냐?"
* 견오 : 광접여, 일중시와 함께 가공의 인물이다. * 경식 : 법 또는 제도를 뜻한다.
"일중시는 어떻게 가르치더냐?" "저희 선생님께서는 '임금 된 사람은 솔선 수범하여 사회 질서를 바로잡아 나가야만 백성들의 추앙을 받아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덕에 지나지 않는다. 천하를 그렇게 다스리려 하는 것은, 한 줄기 내를 파놓고 온 바다의 물을 전부 그리로 흘려보내려 하거나, 한 마리의 모기에게 태산을 지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성인은 외면적인 제도나 법을 이렇게저렇게 해보려 하지 않는다. 먼저 자신의 천성을 제대로 키워서 백성들에게도 각각 자신에 맞는 생활을 하게 한다. 성인의 정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저 새를 보아라. 하늘 높이 날아올라 화살의 위험을 피하고 있다. 또 생쥐는 신단 구석 깊숙이 집을 지어 자기 몸을 편안히 지키고 있다. 새나 쥐들마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제 살 길을 다 알고 있는데, 사람이야 말해 뭘 하겠느냐? 공연한 참견을 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