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세게 부는 날 - 최지향
나목의 느티나무 가지 위에
까치가 앉았어요.
작년에 남아 있던 까치집
열심히 보수를 하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은
부지런히 집을 지어요.
매서운 부리로
나뭇가지 날라다가
이리로 맞추어 보고
저어리 맞추어 가며
집짓기
여념이 없어요.
바람세게 부는 날은
까치집 있는 느티나무
높다란 가지 위에
봄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 건드리면
꽃잎이 피어나면서
느티나무 봄이 옵니다.
느티나무 꽃이 피고
잎새 커지는 동안에
까치는 집 짓느라
꽃 감상할 틈이 없어요.
꽃망울
보지도 못한 채
봄날들을 다 보내요.
까치집 완성되면
느티나무 꽃은 지고
푸르는 잎새들로
까치집 가려지면
까치는
잎새 속에서
아기새를 기다립니다.
4월은 까치 부부
무~척 바쁜 시절
알을 낳고 알 품으며
아기새 그려본답니다.
푸르른
오월이 되어
귀여운 아기새 지저귈 그날
바다 밑에 숨겨두고
성난 파도 세차게
아무리 떼를 써서
덤벼봐
하고픈 대로 해
내 있을 곳
여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