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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초(韓山抄) - 신웅순
싸락눈 쓸린 헛간
새벽 어둠 터는 참새
쇠죽을 쑤는 아버지
담벼락엔 눈 날리고
새아침 어머니가 푼
한보새기 이 흰 쌀밥
붉게 타지를 못해
노을 더욱 굽어지고
확성기로 울어대는
휴전선 기러기 때
그리움 억새풀 타고
산불 번져가는가
새벽 하늘 은색의 빛
베틀에 걸러지면
짐승의 지친 울음
자주 감자꽃은 피어
저녁땐 상여집 불빛
천축국서 깜박거려
철새떼 울음소리
얼레에 감겨지면
도솔촌 넘는 지연
고추밭엔 눈 내리고
아사녀 저 하늘 빨아
한겨울을 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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