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무덤을 보며 - 모상철
까마득한 속울음 시방토록 사무쳐
돌아앉은 봉분 머리 무심초(無心草) 황량하다
능멸의 증언일레라 가시 삼킨 구경거리
차골(次骨)이라 이토(異土)에 숨결 겨운 내 아리랑
손 모으니 일어서네 차마 못 감은 눈 눈 눈
계면조(界面調) 부질없네라 하여가(何如歌) 입 다물진저
울 너머 잡목 숲에 검은 새 떼 수런댄다
"쉬잇! 왜놈 온다!" 갈피마다 생생하리
안개 속 가는 달처럼 희멀건히 가긴 싫다
귀 묻힌 임들이여, 횃불 끄지 마소서
이웃사촌 잠꼬대 허울 좋은 탈을 밟고
무덤아, 그대는 숫돌, 나는 칼, 칼날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