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호의 달밤 - 박병순
갈숲 건너 호수 위에 칠월 열이틀 달이 떴다.
구름을 헤치고 호수에 스미는 달이여,
잔 위에 뜨는 달이여! 달을 마시는 밤이여라.
우인과 미인이 들어올린 부딪는 축배의 잔 위에,
제마다 비친 다정 은밀한 달이여라.
이승에 두번 다시 없을 오붓 황홀한 정이여!
우리 한번 헤어진 뒤 다시 만날 기약 없음이,
어이없는 인생인 걸 이 밤이 깊도록 놀아보세.
떠난 뒤 무궁한 일 생각지 말고 만났을 때 더 한 잔!
사람에게 인정만큼 더 중한 것 있는가?
만났을 적 이 한 잔 반갑지 아니한가!
더구나 달밤이면 얼싸안고 싶잖은가 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