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3 - 김경태 1 어머니는 일찍감치 겨울 숲으로 떠나셨다. 사랑채 드나들던 검은 지네 한 마리, 기둥에 몸을 꼬면서 오한을 참고 있다. 2 오리 털 내려앉듯 쌓여있는 솜먼지, 밥상 위 오래된 쌀밭 푸른 꽃으로 술렁이고, 그토록 참아왔던 시간 문고리를 뒤흔든다. 3 하늘은 썩은 구멍 둥글게 뚫어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동백향기 게워 낸다, 굳어진 지붕을 뚫고 떨어지는 저 별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