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 일지(對局 日誌) / 오재열
- 종국(終局)의 날에 -
사람 사는 이치가 바둑 한 판에 있다 해서
참선하듯 정석을 밟아 그 요체(要諦)를 응시한다
비정한 이 승부의 세계가 인생이란 말인가.
국세가 여불리하면 무리수로 팔매치고
노림수가 간교를 부려 덫을 놓아 두었구나
필사의 궁지로 몰린 내 대마를 괴롭힌다.
완착을 때워 깁고는 장고 끝에 또 악수다
필생의 한 필 준마가 진창을 뛰다 간다
윈시경 콧등에 걸치고 떨-린 한 점이 패착이다.
초반 포석의 꿈이여 중반 행마의 낭만이여
헛돈 청춘이 이순(耳順)에 앉아 앞섶이 다 젖는구나
한뉘(生)가 정작 바둑이라 치면 새로이 한 판 두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