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김남욱
눈뜬 듯 잠이 들어 일렁이는 물결 앞에
거만(倨慢)한 푸름보다 차라리 희고 싶어
바람을 핑계 삼아서 바다는 늘 일어선다.
난파된 유람선의 잔해를 꺼내보다
불현듯 생각나는 태곳적 추억들로
회색빛 웃음 지으며 길게 누운 가슴앓이
가랑비 술렁대던 저 하늘을 달래 안고
싱그런 풀벌레소리 입김으로 날리다가
황량한 바위에 앉아 햇살 물은 안개꽃
단 한 번 눈길조차 주지 않던 자적(自適)이여!
굽혔던 허릴 펴고 먼 산빛 바라보던 너
바다는 바다가 싫어 자꾸만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