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에 가면 - 경진희
그 물이 그 물이나 끊어지는 새것이고
나무는 바위를 떠 안으니 극이로다
이끼를 덮어 쓴 바위는 초라해야 제격일터
흐르는 물 끝없으나 흔들림엔 색이 있다
나무다리 건너니 나무계단 있었고
키 작은 석등은 가만히 어둠을 기다렸다
한 사람 겨우 오를 하늘과 땅 비었다
낯 설은 흔적들이 고스란히 열렸는데
너무도 조용한 산방앞 고무신은 한 켤레
소유를 원했다면 늙음을 왜 못 버려
산죽이 서글픔을 들어내니 하얗고
노송은 거북이 등가죽 같은 제살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