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높이 - 최오균
무심히 집을 나서다 문득 가을 만나던 날
수신이 없는 부고(訃告) 문설주에 펄럭이고
휑하니 스치는 바람, 햇빛마져 종종 뛴다.
제 스스로 추스르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조금씩 소멸해 가는 순명(順命)의 모습 아름답다
차돌에 기름 바른 듯 가감승제 어련하랴.
내가 조금 살아보니까 주는 사람이 남는 장사더라
누군가의 가슴속에 고마움으로 남는 사랑
세상에 왔다간 흔적으로 그만하면 술명한 게야.
있는 날까지 살아가다 저 나무처럼 아쉬움 털고
정작 내 시간이 오면 미련 없이 떠나는 거다
내가 쓸 시간의 잔고 에누리도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