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겨울 - 윤정란
고향마을 겨울은 대나무가 먼저 안다
비운 속을 더 비우고 꼿꼿하게 서 있네
어혈진 푸른달빛을 베어내는 댓이파리.
빈층을 더 높이는 욕망은 상처일뿐
영육을 바로세울 대나무를 심었는데
온몸이 오그라드는 큰소리만 그득하다.
숨죽인 대숲사이 떠도는 혼령들이
울부짖는 이땅에 버림받은 이땅에
풀뿌리 뿌리내리는 하늘뜻이 숨었을까.
마음을 비워놓고 뼈속까지 비쳐놓고
산마을 먼저 여는 눈부신 햇살이여
대나무 시퍼런 자존 자존으로 사는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