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구룡산 詩篇·2 홍 성 란 가을 산 앞에 서서 그대를 생각했습니다 빙그르 돌며 떨어지는 붉은 잎이 뭐라 해도 말없이 그대 뒤를 따라서 낙엽길을 걷고 싶습니다. 그저 산까치는 높은 가지에서 짝을 부르고 당찮게 애벌레는 떼그르 껍질 굴려 숨지만 샛노란 가랑잎에 올려 바윗섶에 넣었습니다. 마른 잎들 빗소리 내는 산허리 혼자 밟으며 그대가 눅눅한 내 마음 가만히 떠 올려 양지쪽 마른자리에 뉘었으면,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