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묘 가는 길 -박 권 숙 저무는 제 가슴 깊이 묘혈을 파는 것은 샛강 바닥난 슬픔 돌이 되어 빛나고 시간의 쓰린 살갗은 모두 젖어 있었다 실명의 기억으로 길은 겹겹 쌓여서 삭발한 꽃잎 같은 물그림자 고즈넉이 닳아진 뼈마디마다 극락전이 보이고 이승의 문턱까지 왔다가 물러나는 울음의 옹벽에 갇힌 한 사람 자욱할 때 화사한 중심을 풀며 돌이 불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