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원>
하루는-한분옥
새벽은 첫차를 타고 플랫폼에 닿아 있고
하루치 삶의 무게, 이고 메는 억센 손들
발 빠른 조바심들이 개찰구를 통과한다.
<가작1석>
재인폭포-진용빈
새하얀 실타래가 절벽에 내걸렸다
천애 가닥 풀어내어 웅웅소리 실려오고
시공의 날줄 한 올씩 꿰어가는 저 물줄기.
<가작2석>
소나기-박철수
구름이 몰려나와
들 어귀에 웅성대고
먼 산이 드러누워
부채질에 선잠 들 무렵
하늘 밖 해를 내쫓고
들이닥쳐 우는 여름.
<심사평>
시조와 본령이 3장 6구 12음보라는 짧은 형식의 단형시조이기 때문에 샘터 시조에서는
연형시조가 아닌 단형시조 작품을 응모작으로 제한하여 심사하고 있다. 단형시조는
3.4조의 운율뿐만 아니라 그 형식이 짧다는 사실때문에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요건
이 되고 있다.
시조는 단형이기 때문에 과감한 압축과 절묘한 절제가 요구되는 등 놀라운 시재(詩才)
와 비범한 기교가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형식이 짧기 때문에 즉흥적인 감흥
이나 관념적인 단순한 사실을 3장형식에 글자수를 맞추기만 하면 시조 작품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응모하는 사례가 많다.
샘터상 시조 당선작은 <시조문학사>에서 추천작품으로 인정되어 문단에 등단하는 특
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요성으로 보아 심사에 있어서 그만큼 어려움을 느꼈다. 심
사대상 작품들이 월 장원으로 입선한 작품들이기 때문에 그 수준 또한 고르게 나타나
있어 우열을 가리기도 쉽지 않았다.
이번 샘터상 시조 당선작으로 한분옥의 <하루는>을 선정하였고 가작 2편에 진용빈의
<재인폭포>와 박철수의 <소나기>를 각각 선정하였다. 입선된 3편 모두가 짜임새 있
는 구성과 견실한 상념에다가 자기의 개성을 추구하려고 한 노력이 돋보이는 빼어난
작품들이다. 시상의 제한으로 우열을 가렸지만 높은 문학적 성취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분옥의 <하루는>은 하루를 맞이하는 바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하루라는 시간의
의미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참신한 비유와 신선한 감각적 표현이 주제의 심화나
밝은 시적 분위기로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진용빈의 <재인폭포>는 소재의 사실적 외양묘사에 머물지 않고 적적한 비유와 상징
을 통해 내면의식의 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단형시조의 형식이 갖는
장점을 잘 살려 구성상에 있어서 정제미를 이루고 있다.
박철수의 <소나기>는 시상전개에 있어서 단순한 소재 설명에 머물지 않고 풍부한 상
상력을 통한 시적 내용을 포용하고 있어 그만큼 내용의 심화는 물론 시적 즐거움을 전
해주고 있는 작품이다.
뽑은이/김준(시조 시인.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