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기에, 소중한 임 - 강은례
높은 산 멀리서야 한눈에 들어오둣
별들은 어둠 깊어 더욱더 초롱이듯
그대는 아득히 멀어 그리움도 깊어라.
불 면 - 최은화
정신은 뚜렷한데 눈꺼풀 천근만근
죽음처럼 감긴 눈 생시같은 잠의 눈
다시금 스러져버린 꿀맛같은 잠이여.
[뽑는 말]
현대인의 복잡한 사상이나 감정을 3장이라는 짧은 형식에 유연한 흐름이나 가락마저 곁들여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
시조는 먼저 시상의 압축과 단절의 묘를 얻어야 한다. 장과 장이나 수와 수의 연결(연시조의 경우)이 시상의 전개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어의 결합이나 시상의 경지가 오묘함에 이르고 비범한 발상법과 고도한 시상의 승화로 이루어져야 한다.
강은례의 <멀기에 소중한 임>은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듯 쉽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움에 대한 깊은 정한을 멀리 있는 높은 산과 빛나는 저녁별의 예시를 통해 표현하고 있으나 어쩐지 부적절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시의 제목이나 초장의 '높은 산 멀리서야', 중장의 '더욱더 초롱이듯'의 표현이 시적 표현으로서 어색한 부분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나 종장의 '그대는 아득히 멀어 그리움도 깊어라'의 표현에 있어서는 놀라운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최은하의 <불면>은 시적 표현이나 아름다움이 부족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민한 감수성과 세련미가 앞서지 못할 때 그 작품은 단순히 관념적 사실을 전달해주는 수단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아무쪼록 좋은 작품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지어 보는 일만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길이다.
-김준(시조시인. 서울여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