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 이성인
벌을 선다.
아이들이 조용히 책을 읽는
국어 시간에
나는 내 짝과 함께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벌을 선다.
누가 맨 처음 그었을까
책상 한가운데
칼로 깊이 새겨 놓은 선.
모르고 넘어간 내 공책을
내 짝 철이가 밀쳐 버리고
철이의 책을 난 떨어뜨려 버리고
그러다가 선생님의 눈에 띄었지.
왜 그랬을까?
정말 바보처럼 왜 그랬을까?
내 책상도 아니고 네 책상도 아닌
우리들의 책상인데
그땐 왜 그랬을까?
아이들이 조용히 앉아 책을 읽는
국어 시간에
내 짝과 나 둘이서
벌을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