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시간 - 김용택
교장선생님은
춥지도 않으신가 보다.
오늘도 조회 시간에
오래오래 말씀하신다.
좌특 통행 해라.
수상한 사람 신고해라.
의식개혁 하자.
자연보호 해라.
바람을 씽씽 불고
손발이 시려워 죽겠는데
차렷 자세로
우리는 움직일 수가 없다.
우리가 조금만 움직이면
차렷!
열중셧! 하시며
내가 일제 시대
학교 다닐 때는
이보다 더 추울 때도
팬티만 입고
어 있었다고 하신다.
그렇지만 우리는
손이 시렵고
발이 시렵고
귀가 시렵고
재미도 없다.
선생님들도 추우신지
웅크리고 서서
발을 들었다 놓았다 하신다.
선생님 발 밑 땅이 녹아 있고
선생님 코가 빨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