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빛 - 이오덕
아침 햇빛은
맨 처음 분홍색으로
어질게 솟아오른 산의 이마를
물들이고,
다음엔 나뭇가지 위에서
밤새도록 별들의 노래를
꿈속에 수놓던
새들의 보금자리를 찾아 주고,
차츰 산기슭에 내려와
시래기가 매달린 토담집
찌그러진 방문을
빨갛게 비추고,
그 흙내 나는 방안
밥상 위에 놓인 된장 찌개에서
모락모락 서려 오르는 김을,
둘러앉은 식구들의 검붉은 얼굴들을,
그 가슴속까지
환히 밝히고,
그리고,
길가에 굴러 있는
자그만 조약돌
조약돌마다
황금빛으로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