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 강소천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 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 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 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빼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 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 떼 보고,
바람은 그만 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 바람에 허수아비 정신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 막 달아난다.
가을 바람 오늘은 좋은 일 하고
마음이 기뻐서 막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