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 쉴리 프뤼돔
흘러가는 물가에 둘이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리
구름이 허공을 스쳐가면,둘이서
스치는 구름을 바라보리
지평에, 초가지붕에 연기 솟으면,
솟는 연기를 바라보리
근처에서 꽃이 향기 품으면
그 향기가 몸에 배게 하리
꿀벌들이 맛보는 나무열매가
꾀면 우리도 그 맛을 보리
귀 기울인 나무숲에 어떤새가
노래하면 우리도 귀를 세우고..
물이 소곤거리는 수양버들 아래서
물의 속삭임을 우리도 들으리
이 꿈이 이어가는 그 동안은,
시간의 흐름을 안 느끼리
차라리 스스로를 못내 사랑하는
깊은 정열만을 가슴에 간직하고
번거로운 세상에 다툼질엔 아랑곳 없이
그것들을 잊으리
그래서 여증나는 모든 것 앞에서 홀로 행복해
지칠 줄을 모르며,
사라져 가는 모든 것 앞에서 사라질 줄 모르는
사랑을 느끼리
* 쉴리 프뤼돔 [1839.3.16~1907.9.6]